
19일 오후 시흥시 정왕동 일대에선 불안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편의점과 공원, 주택에서 잇따라 벌어진 흉기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으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50대 중국 국적 남성 A씨는 현재까지도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시흥시 시화병원 응급실 앞. 연쇄 흉기 사건의 용의자가 병원 인근을 지난 것으로 알려지며 경찰이 주변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 병원 출입문 앞에는 경찰차가 드나들었고, 방패와 무전기를 든 경찰관들이 병원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사건 당시 검은색 점퍼를 입고, 머리 일부가 벗겨졌으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시화병원 보안요원 A씨는 “후문 쪽을 순찰하던 보안요원이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지나가는 걸 봤다고 해서 경찰에 즉시 알렸다”며 “지금 CCTV를 돌려보며 확인하는 중이라 주변도 조심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 55분께 최초 범행이 있었던 정왕동 편의점 맞은편 빌라 앞에서는 경찰이 건물 내부에서 발견된 시신을 장례식장 차량에 옮기고 있었다. 현장에는 인근 주민 100여 명가량이 모여 상황을 지켜봤다.
편의점은 인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공간이었다. 평소 자주 드나들던 장소에서 범행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란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현장을 찾아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현장에서 만난 양모(60대)씨는 중국 국적의 동포다. 양씨는 “30여 년 동안 거주했으니 이 동네 사정은 잘 알고 있다. 범인이 빨리 검거됐으면 하는데 두려운 마음에 한번 현장으로 나와봤다”며 “아무래도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그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이 이어질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었던 고등학생 김시우(17)군은 “학교가 바로 앞이라 무섭다. 친구들끼리도 계속 그 얘기만 하고 있다”며 “아직 범인이 안 잡혔다니까 괜히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꺼려진다”고 우려했다.
김도윤(17)군도 “범인이 아직 돌아다닌다고 하니까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불안하다”며 “무섭긴 한데 어떤 상황인지 친구랑 같이 한번 보고 가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34분께 정왕동의 한 편의점에서 시작된 사건은 A씨 자택과 맞은편 빌라에서 각각 시신 1구씩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연쇄 범행으로 이어졌다. 오후 1시30분께는 편의점에서 약 2km 떨어진 체육공원에서도 7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4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용의자인 A씨를 추적 중이며 기동대와 형사기동대 등 가용 인력을 동원해 시흥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