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변치 않는 푸르름의 상징인 소나무는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 기후, 풍토에 잘 맞아 산림 면적의 27.5%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대표 수종이다. 하지만 매년 소나무는 산불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돼 수난을 겪는다. 안타깝게도 산불 위험이 지나가도 수난은 계속되니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의 위협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材線蟲)이란 크기 1㎜가량의 실 모양의 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한 뒤, 빠르게 증식해 수분 이동 통로를 막고 조직을 괴사시켜 말라죽게 만드는 병이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소나무재선충은 이동 능력이 없어서 매개충에 의해 확산되는데,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에 산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주로 침입하게 된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매개충 우화 시기에 맞춰 약제를 살포해 매개충의 밀도를 낮추는 방법과 감염목과 주변의 감염 의심목을 제거해 확산을 저지하는 방식이 있다. 또한 예방주사를 통해 소나무가 재선충에 저항성을 갖게 만드는 위주로도 진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제로도 방대한 소나무숲을 지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숲에는 자연 고사한 나무와 가지, 눈, 강풍 등에 쓰러진 나무, 벌채 후 방치된 나무 등이 존재하는데 이를 적절하게 제거해주지 않으면 매개충의 서식지 역할을 해 병 발생으로 이어지거나 땔감 역할을 하여 산불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생육 환경을 개선해 주고 남아 있는 소나무에 예방주사를 놓아 주면 숲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한편으로 숲 가꾸기나 약제 살포 등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양봉업계 등이 제기한 항공약제 살포의 위해성 논란에 대해 드론과 지상 살포를 활용한 정밀 방제라는 해법을 찾은 사례에서 보듯이 과학과 사실에 기반한 정책 접근이 중요하다. 국민과 현장의 지지를 얻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우리 소나무를 지키려는 노력에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

/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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