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산업서 섬유 비중 상당

인건비 등 상승, 역대급 고비 불구

꺼질듯하다 수없이 되살아나 부흥

디지털 전환, 이미 폭넓게 진행중

실들이 뭉치듯 산업 전체 협력해야

권선복 (주)동주 대표이사
권선복 (주)동주 대표이사

한때 우리 경제의 기둥이었던 섬유산업이 현재 힘겨운 길을 걷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4차산업의 대변화 앞에서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섬유산업은 경기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산업이며, 특히 경기 북부지역의 경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있어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어 섬유산업의 미래는 지역경제의 미래와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약진에 맞서 가격경쟁에서 품질경쟁으로 시장전략을 수정해 대응해왔다. 그 결과로 신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획기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덥치며 이후 인건비 상승, 원부자재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현재 역대급 고비를 맞고 있다. 대기업도 휘청이는 마당에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침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환경규제다, 원자재 상승이다, 인력난이다 등 한탄만 하지 말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오히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이런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적자생존’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변화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 섬유산업은 꺼질 듯 하다가도 수없이 되살아나 부흥을 누린 적도 있다. 그 힘은 적응력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에 과감하게 맞서 경쟁력을 키워나간 것이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이 말하길 이제 우리나라는 경쟁국을 뒤쫓는 ‘캐치업(catch up) 전략’이 아니라 선도하는 ‘리드업(lead up)’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전통 제조업인 섬유산업에도 이 전략이 통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한때 제조업 선진국이었던 국가들이 하는 제조업 부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은 ‘인터스트리 4.0’을 통해, 미국은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통해, 일본은 ‘일본재흥전략’을 통해 제조업을 되살리는 노력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혁신을 섬유산업에 접목해 섬유산업을 세계 5대 패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섬유산업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 선점, 제조 현장의 지능화 및 자동화, 디지털 기반의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재도약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와 함께 디지털 전환사업을 도입한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섬유산업과 같은 제조업 생산 현장에는 이미 로봇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oT) 등 첨단기술이 도입되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섬유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인력관리에서부터 제조, 판매,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없을 만큼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받는 기업이 아직 한정돼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정부와 섬유업 관련 단체, 학계는 물론 기업은 디지털 전환과 같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소규모 기업까지 파고들려면 섬유산업 전체가 강력한 협력을 동반해야 한다. 직조 기술이 그러하듯 한 가닥의 실오라기가 뭉쳐 쇠보다 강한 강도를 내려면 협력은 필수다. 정관학, 산학연이 섬유산업의 내일을 위해 머리를 맞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의 기틀이 됐던 섬유산업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려면 미래에 철저히 대비하고 한발 앞서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믿는다.

/권선복 (주)동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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