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리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리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제빵 대기업 SPC그룹 계열사인 생산공장에서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 윤활작업 도중 상반신이 끼여 숨졌다. SPC그룹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 2023년 8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 이어 세번째다.

SPC 근로자 2명의 산업재해 사망으로도 세번째 희생자를 막지 못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의 약속과 사회적 대응이 모두 공염불에 그친 결과이니 참담하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2022년 평택공장 사고 직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에도 공장을 가동한 반윤리적 기업행태에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서둘러 허리를 굽힌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성남공장 사고에 이어 1천억 투자 약속이 종료되는 올해에도 사망 사고를 발생시켰다.

여론이 기대했던 상응한 법적 처벌은 지체되고 미미하다. 평택 공장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동석 SPL 전 대표는 올 1월에서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을 받았다. 회사 법인의 책임은 벌금 1억원이 고작이다.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룹 대표인 허 회장은 평택과 성남공장 두 사건으로 시민단체로부터 모두 고발당했지만, 계열사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소조차 안됐다. 이번 시화공장 사망 사건에도 허리를 굽히고 나선 건 계열사인 SPC삼립 대표다.

SPC는 안전사고 방지 1천억원 투자 이행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022년 평택공장 근로자는 소스배합기에 끼여 숨졌다. 투자가 제대로 됐다면 2023년 성남공장에서 반죽기계에, 이번 시화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리 없었다. 평택공장 사망 사고 이후 성남공장에서는 두 건의 손가락 절단·골절 끼임 사고가 발생한 끝에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1월엔 최초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평택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더니 급기야 시화공장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SPC그룹의 1천억원 투자가 거짓말이었다면 대국민 사기이자, 중처법으로 엄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노동부, 경찰, 검찰도 이 부분에 수사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허 회장이 직접 약속한 재발방지 대책이었다. 재발방지에 실패한 허 회장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