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S 코파일럿 끼워팔기 조사 중단

美빅테크 대표단체 ‘플랫폼법’ 중단 요구

트럼프 업은 구글은 고정밀지도 반출 강요

“미국과 당당히 협상하는 정부 보고싶어”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유럽연합(EU)이 지난달 23일 애플에 5억유로(8천123억원), 메타에 2억유로(3천24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앱 장터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 혐의이고,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서비스 이용료를 내지 않을 경우 대신 광고목적의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강요한 점을 들었다. 거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갑질 방지 차원인데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에 근거해서 내린 첫 제재이다. 지난달 2일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EU 전체 수출품에 대해 20%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응으로 미국과 EU 간 무역 긴장이 심화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업무 보조용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코파일럿’(Copilot)을 윈도 운영체제(OS)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제품(M365)에 끼워파는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나 최근에 조사를 중단했다. MS는 2023년 12월에 선보인 코파일럿을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윈도’와 워드·엑셀이 포함된 사무용 프로그램 ‘M365’에 끼워팔면서 일부 제품가격을 올려받고 있다.

MS의 ‘코파일럿 끼워팔기’는 미국에서도 시장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독점법에 따라 조사가 진행 중인데 한국의 공정위는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조사를 중단한 것이다. MS는 과거에 ‘윈도’에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어 판매하다가 미국의 반독점법에 몰려 기업분할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공정위의 조사 중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MS의 국내시장 독점 때문에 국내 AI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제품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규제당국이 MS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고 국내 업체만 엄격하게 규제한다”며 공정위의 조사재개를 요구했다.

그 와중에서 미국 IT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와 단체들은 오는 7월 타결을 목표로 한국과 미국 정부 간 관세 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5일에 미국 첨단 기술분야 최고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한국에 대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는 꾸준히 내려갔지만, 불투명한 규칙부터 수많은 규제장벽이 여전하다”고 목청을 높였으며 지난 28일에는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미국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한국·미국 관세 및 무역 장벽 관련 성명문’을 내고 한국 정부에 ‘플랫폼 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법)과 같은 차별적 법안의 중단을 요구했다.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법안으로 구글, 애플, 네이버 등이 자사 상품을 우대하거나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에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 마련 지시에 따른 것인데 이쯤되면 미국 IT업계의 요구는 주권국인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다.

트럼프를 등에 업은 구글의 갑질은 점입가경이다. 트럼프정부가 한국에 지도 반출 제한 문제를 ‘비관세 장벽’이라며 압박하자 구글이 또다시 국내의 고정밀 지도 해외반출을 요구한 것이다. 구글은 현재 1대 2만5천의 국내 축적지도를 사용 중인데 복잡한 도심의 뒷골목까지 상세하게 볼 수 있는 ‘1대 5천 축적지도’ 반출을 강요 중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플랫폼을 갖춘 구글이 이를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쇼핑, 관광 등에 사용할 경우 국내 관련 산업의 타격은 물론 데이터 주권까지 침해될 수 있다.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문제는 더욱 큰일이다.

최근 대만의 언론들은 미국이 환율조작으로 대만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친미 성향의 라이징더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타이베이의 한 시민은 “주권을 가진 정부로서 미국과 당당히 협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