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분 읽고 계산… 문해력·연산 쑥쑥 큰다

 

초등생 수학·읽기 능력 집중적 향상에 중점

학습 격차 해소·학업 흥미 증진·자신감 목표

저학년은 한글, 고학년 어휘력·문장구조 연습

 

수리·읽기, 다른 과목 성취에도 밑바탕 역할

자체개발 교재 개정 추진 등 교사 부담 줄여

“학교생활도 도움… 학생 발굴 활동 더 확대”

인천서면초 4학년2반 이희천 담임교사가 학생 질문에 설명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서면초 4학년2반 이희천 담임교사가 학생 질문에 설명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반복적인 연습이 사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지난 14일 오전 8시45분께 인천서면초등학교 4학년 2반. 1교시가 시작하기 전이지만 20여 명 학생들은 ‘토닥토닥’이라는 제목을 단 교재를 보면서 문제 풀이에 한창이었다. 이날 학생들은 두자릿수 곱셈 문제 등을 푸는 데 집중했다.

인천서면초 4학년2반은 ‘유창성 프로젝트’ 연산부문 참여 학급이다. 유창성 프로젝트는 인천시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교재를 바탕으로 연산 등 각 특정 부문을 특화해 교육하는 방식이다. 서면초 학생들은 오전 8시40분에 등교해 매일 15분 정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유창성 프로젝트는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연산’과 ‘읽기’ 등 2개 부문 능력은 부족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흥미도는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협회가 주관하는 ‘수학·과학 국제 비교연구(TIMSS) 2023’결과가 지난해 말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의 수학 성취도는 58개국 중 3위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수학 흥미도는 58개국 중 58위, 수학 자신감은 58개국 중 50위에 그쳤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서면초 이희천 교사는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풀 때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며 “이는 결국 계산이 유창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TIMSS 결과에서도 나오듯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흥미가 적은데, 계산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희천 교사는 유창성 프로젝트 연산부문 교재인 ‘토닥토닥’을 개발·집필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4학년 교과과정은 곱셈과 나눗셈을 묶어서 한 단원으로 배치돼 있다”며 “유창성 프로젝트 교재인 토닥토닥은 곱셈과 나눗셈을 각각 한 단원으로 나눴다.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1~2명의 학생들이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창성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아침 시간은 아이들이 연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 진도와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부담없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유창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천서면초 4학년 2반 학생들. / 인천시교육청 제공
유창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천서면초 4학년 2반 학생들. /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 지역에서 유창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학기 기준 인천서면초 4학년 2반을 포함해 747학급이 참여 중이다. 이 중 수리·연산 부문 참여학급은 496학급, 문해·읽기 부문은 251학급이다. 전년도 1학기엔 553학급(수리 317학급, 문해 236학급)이 참여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수리부문만큼 문해·읽기 능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유창성 프로젝트도 수리, 문해 등 2개 영역에서 진행된다. 인천시교육청 학습종합클리닉센터 김양숙 장학사는 “수리력과 문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다른 과목도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장학사는 “대한민국의 교과과정 자체가 수리력과 문해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는 것을 넘어, 학생 정서와 학교 생활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문해부문 주요 참여 학생은 ‘난독’은 아니지만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다. 난독은 한글을 알지만 글자가 끊어져 보이거나, 일부가 안보이는 등의 현상이며, 치료를 필요로 한다.

유창성 프로젝트 문해부문에 참여하는 저학년은 글자를 읽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대부분 글자를 보고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학년은 한글자씩 읽는 연습을 하면서 한글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둔다. 초등학교 고학년 등은 어휘력을 높이고,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연습을 한다. 예를 들어 ‘친구’라는 단어 일부가 가려져 ‘치구’라고 보인다고 하더라도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을 ‘자동생산언어’라고 한다.

김 장학사는 “언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 대부분 이 자동생산언어의 수가 적다”며 “유창성 프로젝트 문해부문은 자동생산언어를 늘리기 위해 읽기 등을 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많다’에 있는 이중 받침 등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유창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천서면초 4학년 2반 학생들. / 인천시교육청 제공
유창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천서면초 4학년 2반 학생들. /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시교육청은 유창성 프로젝트 교재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각 학기별로 구분돼 있는 교재를 교육 내용별로 변경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같은 학년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교육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재 개정과 함께 교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펼친다. 이전엔 기초학력 부족 학생에 대한 관리·지원은 담임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사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유창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재를 개발했고,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김 장학사는 “유창성 프로젝트는 사전·사후 평가를 진행했을 때, 프로젝트 이전보다 능력이 떨어진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며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뿐 아니라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하는 활동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