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이 되는 동무를 반려(伴侶)라고 한다. 짝 반(伴) 자에 짝 려(侶) 자를 쓰니 ‘반려’는 말 그대로 짝꿍이다. 동물과 삶을 함께하는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을 넘었다. 최근 ‘반려’ 개념은 식물까지 확대돼 ‘반려식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내장식이나 공기정화를 넘어, 삶을 공유하는 존재로 식물을 맞이하는 것이다. 작은 화분 속 초록 생명 하나가 실내 공간에 자리하는 것만으로 삶의 질과 정서적 안정감이 향상된다.
그러나 반려식물을 고를 때 여전히 외국 품종에 의존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제 우리 고유의 토종식물을 육성하고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토종식물은 오랜 세월 한반도의 환경과 기후에 최적화돼 실내 재배에 적합하다. 일례로 ‘애기자금우’는 낮은 조도에서도 잘 자라며, 사계절 푸른 잎으로 공간을 싱그럽게 만든다. 또한 항염, 간 해독 효과를 지녀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에게 적합하다. ‘백량금’은 반짝이는 잎과 붉은 열매로 관상가치가 높으며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나다. 특히 ‘송악’은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 해외 도입 식물인 아이비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우리 토종식물을 반려식물로 키우는 일은 생태계 보전과 정체성 강화, 도시농업 활성화라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어린이에겐 생명의 소중함을, 고령층에겐 정서적 안정과 건강 증진 효과를 제공한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토종식물의 실내 적응성과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다. 초보자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손이 덜 가는 흙과 친환경 비료 개발도 계획 중이다. 나아가 학교, 복지시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과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자연 친화적 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로 세계를 매료시켰듯, 우리 토종식물 또한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작은 화분 속 초록 생명이 품격 있는 삶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반려식물을 선택할 때 토종식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품격 있는 삶의 시작이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