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국도 7호선’이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빗속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25.5.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6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국도 7호선’이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빗속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25.5.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지난 20일 5일간의 여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인천아트플랫폼, 영화공간주안, 배다리 등지에서 펼쳐진 이번 영화제는 36개국에서 초청된 총 75편의 영화 상영과 더불어 포럼, 대담,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디아스포라(이산과 이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관객 참여가 확대됐다. 총 관람객 수는 약 1만3천명으로 집계되어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청소년 및 다문화가정 참여가 늘어나 영화제의 대중성과 포용성을 입증했다. 올해 사전 예매율이 지난해보다 약 80% 늘었다. 영화제 개막작도 큰 화제였다. 재일동포 3세인 전진융 감독의 신작 ‘국도 7호선’은 남북 분단에 관한 영화이면서 그 사이에 있는 일본, 즉 재일 동포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담은 영화로 이산의 아픔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임을 상기시켰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공식행사 종료 후에도 인천시교육청과 협력해 ‘영화, 학교 가다’ 프로그램을 추진해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학교 현장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영화를 매개로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영화제의 가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바람직하다.

이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주 서사의 나열을 넘어 문화 다양성이라는 본래의 정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경계 너머의 삶, 주변화된 목소리, 소외된 기억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물음을 공동체적으로 성찰하는 데 있다. 문화 다양성은 단지 ‘다름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공존의 문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영화제는 나 자신과 세계를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회조직위원회의 상설화도 앞당겨야 할 것이다. 대회조직은 영화인을 중심으로 하되 지역 내외에서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실천 기구나 역량을 최대한 참여시켜야 한다. 또 축제공간을 인천항과 인천공항은 물론 이민사 박물관, 연수구 함박마을이나 부평역, 가좌동 일대까지 인천시 주요 거점으로 확장하는 구상도 필요하다. 그간의 성과를 보면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인천의 도시 브랜드로 격상시킬 만한 행사이다. 인천시가 더 전향적으로 나서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바란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