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술병에 잠금장치 없이 열려

붕괴 위험에 주민 불만 극에 달해

市·시의회, 철거·활용 조치 촉구

소유주 고려중앙학원 모르쇠 일관

여주시 중앙동 옛 고려병원 건물. 8년째 방치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25.5.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여주시 중앙동 옛 고려병원 건물. 8년째 방치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25.5.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여주시를 대표했던 옛 고려병원이 8년째 방치되면서 건물 안전 우려는 몰론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자 도심 흉물로 전락해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여주시와 시민은 물론 최근 여주시의회가 병원 부지 소유주인 고려중앙학원에 구체적 해결책 제시를 촉구했으나, 고려중앙학원 측은 뚜렷한 활용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23일 시 등에 따르면 여주 중앙동(하동 435-2)에 위치한 옛 고려병원은 1982년 고려대학교 의료원 여주부속병원으로 부지 5천180㎡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됐다. 1998년 폐업 후 2022년부터는 여주고려병원(현 세종여주병원)으로 16년간 운영됐으나 2018년 병원이 바로 옆으로 신축·이전하면서 현재까지 방치된채 주차장 정도만 활용되고 있다.

시는 2015년 건축물 허용용도를 완화하는 등 개발 여건을 조성했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여주시 중앙동 주민들이 옛 고려병원 건물 철거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5.5.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여주시 중앙동 주민들이 옛 고려병원 건물 철거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5.5.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장기간 방치된 건물의 안전 상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철거 촉구 현수막이 걸리기 전까지 후문은 잠금장치 없이 열려 있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고 내부에는 청소년들이 남긴 스프레이 낙서와 술병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특히 지하의 경우 침출수로 가득 차 있어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건물 외벽은 녹이 슬고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폐기물과 악취, 해충이 번식해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관련 시는 2022년 9월부터 올해들어 지난 2월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고려중앙학원과 해당 부지의 안전대책 및 활용계획에 대해 논의했으나 학원 측은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나 매각 의사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해 왔다.

최근 들어서야 출입 통제용 펜스를 설치하고 침출수를 제거하는 등 최소한의 임시 조치만 이뤄졌다.

여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옛 고려병원 후문 주변에 각종 폐기물이 쌓여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2025.5.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여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옛 고려병원 후문 주변에 각종 폐기물이 쌓여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2025.5.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이에 중앙동 이통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불만은 한계에 달하고 있다. 안재훈 사무국장은 “흉물처럼 방치된 건물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시민안전을 위협한다”며 “조속한 철거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주민들은 적절한 답변이 없을 시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시의회도 지난 4월21일 고려중앙학원에 공식서한을 발송했다. 이상숙 의원은 “대한민국의 대표 사학이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된 병원을 방치하는 것은 명성에 걸맞지 않다”며 “책임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는 최근 한달간 고려중앙학원 측과 안전대책 및 처리방안을 협의하고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과 중앙동 자율방범대를 통한 계도점검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소유주인 고려중앙학원의 전향적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