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두려움 밀려올 때 위로가 되는 책 2선
정전에 겁먹은 ‘수미’ 찾아온 ‘깜깜이’
둘은 하늘 날며 밝을 땐 몰랐던 세상 모험… 용기 마주
아침마다 껌딱지 되는 주인공에게 ‘마법의 실’ 얘기 해주는 엄마
이후 등교가 즐거워진 ‘릴루’… 적응 힘든 어린 독자에 긍정적 생각 심어줘

일상 속 곳곳에는 두려움을 느낄만한 요소가 숨어있다. 이는 평소에 잊고 지냈던 두려운 감정을 마주할 때 일순간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이유기도 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두려운 감정을 극복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기가 자라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걱정 많은 어른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안는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한다. 다정한 글에 사랑스러운 그림체가 더해져 여러 차례 눈길이 가는 신간이다.
■ 깜깜이 ┃나가시마 히로미 지음. 북스토리아이 펴냄. 32쪽. 1만5천원

정전이 된 어느 밤 주인공 수미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수미의 눈 앞에 깜깜이가 나타난 것이다.
깜깜이는 수미에게 말을 건다. “나랑 친구가 되면 안 무서울거야.” 용기를 낸 수미가 등에 올라타자 깜깜이는 단숨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둘은 어둠이 짙게 깔린 동네 구석구석을 모험한다. 그러자 평소 불이 켜졌을 때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을 수놓은 반짝반짝 별, 바다 내음과 섞여 풍겨오는 여러 음식 냄새,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사람들이 재잘재잘 작게 웅성이는 소리까지.
깜깜이는 수미에게 이렇게 묻는다. “깜깜하니까 평소보다 좀 더 활기차게 느껴지지?”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펼쳐진 두 친구의 모험은 귀를 귀울이고 숨을 깊이 들이쉴 때 비로소 찾아오는 고요함을 그려낸다. 희미한 냄새와 다정한 소리를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쫓아가다보면 독자들도 어둠을 마주했을 때 찾아오는 무서운 감정 이면에 자리한 작은 용기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를 이어주는 마법의 실 ┃가엘 조스 지음. 다림 펴냄. 56쪽. 1만3천원

“우리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실이 있단다. 우리를 단단히 이어 주는 마법의 실이지.”
등원길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주인공 릴루. 학교 정문 앞에서 엄마는 릴루에게 재미난 이야기 ‘마법의 실’에 대해 들려준다. 마법의 실은 낮에도 밤에도 엄마와 릴루를 단단히 이어준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순간에도 절대 끊기지 않고, 매일마다 색이 바뀌는 마법의 실. 릴루는 아침마다 ‘오늘 마법의 실은 무슨 색일까’ 생각하게 된다. 엄마와 함께 마법의 실에 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보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한다.
학교가는 길이 즐거워지는 상상을 담아낸 이 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어린 독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책을 함께 읽는 양육자에게도 아이와 단절된 시간을 불안이 아닌 긍정적인 상상으로 바꿔줄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동화처럼 따스한 글과 파스텔 톤 그림체는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여러 차례 국제 문학상을 받은 저자 가엘 조스의 섬세한 필치에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주목받는 새 작가로 선정된 웨이 미다그의 따뜻한 그림이 만나 몰입감을 더한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