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하는 두 물체는 서로 흔적을 주고받는다.” 일명 로카르의 교환법칙(Locard’s Exchange Principle), 현대 과학수사의 절대명제다. 법과학의 창시자 에드몽 로카르(1877~1966) 박사는 어릴 때부터 소설 ‘셜록 홈즈’를 탐닉했다. 1910년 세계 최초로 범죄실험실을 개설하고 ‘지문 속의 지문’을 발견했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이 그의 연구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셜록 홈즈 키즈’였던 로카르는 ‘프랑스의 셜록 홈즈’로 불리게 됐다.

탐정은 타인의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내는 직업이다. 검찰, 경찰 등 국가 공권력도 개인과 법인을 불법 사찰했다간 된서리를 맞는다. 흥신소 중심의 민간 정보 시장 종사자들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떳떳하지 못했던 이유다.

한국에서 탐정을 직업으로 인정한 건 5년 전이다.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탐정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한 뒤, 2020년 국회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해 8월 5일에서야 탐정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OECD 가입국 중 유일했던 빗장이 풀린 날이다. 이를 기념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탐정의 날’도 만들었다. 탐정에 대한 관심은 대학 관련학과 개설로 이어졌다. 2021년부터 탐정학과, 경찰탐정보안과, 경호탐정과 등이 생겨났다. 탐정들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관심을 끈다.

“심부름센터거나 불법 흥신소 아닌가요.” 탐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국에 민간자격 탐정업체는 104개다. 탐정협회 80곳에서 민간자격증을 발급한다. 2022년 기준 1만3천205명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협회마다 시험 방식과 자격 기준은 제각각이다. 이론 시험과 실무교육 몇 시간 받으면 통과되는 곳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탐정사무소를 차릴 수 있다. 합법화의 ‘함정’이다. 자격증은 무용지물이고, 공신력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공인탐정제도가 시급하다.

간판에 탐정사무소라고 명시해도 불법 흥신소와의 경계는 모호하다. 일부 고객은 위치추적기 부착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의뢰한다. 심지어 후불제 운영을 악용하기도 한다. 착수금만 내고 ‘정보 먹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밤낮없이 탐문하며 고생한 탐정들은 자괴감마저 든다. 탐정 합법화 5년, ‘한국형 셜록의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