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정책으로 실적 하락 전망
한국, 수출 물량 커 축소 지속 예상
노조측 즉각 반발… 총력 투쟁 예고
한국지엠이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의 일부 시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철수설’이 재점화 됐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29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직영 서비스 센터와 부평공장 내 일부 생산시설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전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한국지엠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차례대로 매각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 토지를 팔기 위한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생산 차량의 80%가 수출 물량인 한국지엠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실적 하락을 전망해 자산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모그룹인 글로벌지엠(GM)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계획 조정이 수익성 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지엠의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GM은 해외 생산기지에서 비용 증가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철수를 결정한 사례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25% 자동차 관세 조치로 한국지엠이 올해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20억달러(약 2조7천538억원)에 달한다”며 “수출 비중이 많은 한국지엠 입장에선 부정적인 영향이기 때문에 이번 매각 계획을 시작으로 한국 사업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도 “이미 한국 사업장 중에는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 등 2곳의 생산기지만 남은 데다, R&D 법인도 분리하면서 철수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놨다”며 “사측은 계속해서 부인하겠지만,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의 이번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29일 임금협상 첫 교섭 일정으로 진행된 상견례 자리에서 “노조를 향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규백 지부장은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지엠의 모든 사업을 축소했고, 종합 자동차 회사 위상을 가진 업체를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시켰다”며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조 창립일을 앞두고 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조합원 7천여명을 상대로 싸움을 건 것”이라며 “사측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번 교섭에서 똑똑히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은 “절대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매각 협의 대상인 시설들은 현재와 미래의 생산 계획이나 생산 시설의 활용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