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모 중학교 창고서 숨진채 발견
학생 가족 지속적 민원 스트레스 심해
“남 일 같지 않아” 안타까운 교사들

“함께 한마디씩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선생님 편히 쉬세요.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30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이재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사들은 이 지부장의 말을 따라 하며 도교육청 정문 앞을 추모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경기교사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故현승준 교사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현 교사는 지난 22일 새벽 제주시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 교사는 최근 학생 가족의 계속된 민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도내 교사들에게 현 교사의 죽음은 남 일이 아니다.

추모 발언에 나선 윤광호 교사는 “3개월 동안 제가 학교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 속에서 기사 속 제주 선생님의 이야기는 결코 남 일 같지 않았다”며 “까만 모니터에 비친 제 모습은 그 깊은 무력감 속으로 함께 내려가고 있었다. 제가 느끼기에 학교는 자정 능력을 잃고 병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교사는 “서이초 사건 이후 제도적 변화가 있었지만,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선생님들은 여전히 민원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고 서로를 도와주기에는 각자의 짐이 너무 무겁다”고 설명했다.
윤 교사의 말처럼 도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버티기가 힘들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폭력도 감당해야 한다. 실제 이달 9일 도내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A군이 B교사의 무릎과 손 등을 주먹과 발로 때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민원과 폭력에서 교사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 즉각 마련 ▲아동학대 신고 우려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위축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 마련 ▲모든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실 보장 등을 요구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