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제 폐지되고 종목별 종합시상만
우승 향한 과열로부터 선수들 보호
승자 독식 아닌 희망과 용기 주는 것

어릴 적 체육인들이라면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시·도 대표로 뽑히는 것이 가문의 영광 쯤으로 여긴 적이 있었다. 시·도 대표 선발전에서 한 끝 차이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선수는 물론 그 가족들은 모두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그 만큼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시·도 대표로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또 시·도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까지 따내면 이름 석자가 신문에 나올 정도였으니 그 열기는 대단했다.
최근 경남에서 폐막한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어느덧 54회째를 맞았다. 5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때와 사정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 스포츠는 웃고 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반부와 고등부가 참가하는 전국체육대회에 비해 전국소년체전은 초등부와 중등부 등 15세 이하 학생 선수들만 참여한다. 미래 한국 스포츠를 이끌 유망주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한 것으로,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후원해왔다.

종별은 남녀 12세 이하부(초등), 15세 이하부(중등)로 나뉘어지고, 올해 대회에는 1만8천여명의 선수단이 참여했다.
명실공히 전국에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이 모인 대회인데, 아이러니하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선 메달 집계나 성적표가 없다. 각 시·도의 종합우승 과열방지와 어린 선수들의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전국소년체전은 지난 1972년 6월16~19일 선수 257명이 19개 종목에서 자웅을 겨루면서 시작됐다. 당시 종합채점 방식으로 순위를 매겼고 1위는 충남, 2위는 전북, 3위는 경기도가 첫 번째 대회의 역사를 장식했다.
그러다 1980년 제9회 대회부터 선수들의 과열방지를 막기 위해 종합채점제가 폐지됐고, 1982년 제11회 대회때부터는 종합시상제가 폐지되고 공식메달집계만 발표했다.

종합채점제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금메달 수에 따라 우승팀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선수 및 팀에게 차등점수를 줘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마련됐다.
이후 금메달 지상주의가 만연해지자 1988년 제17회 대회에는 시도별 종합시상제는 완전히 폐지됐고 종목별 종합시상만 했다.
전국소년체전은 1992년 제21회 대회부터 종합채점제 완전 폐지와 더불어 개인시상만 했고 제22회(1993년)에는 종목별 최우수선수상을 신설했다. 이어 2005년 제34회 대회때부터 현재까지는 시도별 메달집계 및 종합순위를 매기지 않았다.
모두 시·도 지자체의 체육회와 시·도교육청의 우승 과열로 인해 빚어진 것인데, 종합채점제나 메달획득이나 모두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기록을 모두 없앴다.
스포츠는 늘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국소년체전은 승자 독식이라는 개념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 미래 스포츠 꿈나무들의 잔치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소년체전에는 승자와 패자는 없고 미래만 있을 뿐이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