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문화대학원·인문도시연구소, 제1회 인문도시 세미나 개최
‘인문도시론 이론·과제’ 주제 발표
김창수 소장, 양적 측면 부각 지적
김용민 교수, 문화시민 교육 강조
염신규 교수, 지역 서사 발굴 제안

다층적 위기와 도시문제를 해결할 대안적 비전과 정책으로서의 ‘인문도시론’이 인천에서 출발했다.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과 인문도시연구소는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대 컨벤션센터 101호에서 제1회 인문도시 세미나를 개최하고, 첫 번째 주제로 ‘인문도시론의 이론과 과제’를 살폈다.
인문학자들이 모여 지난달 19일 문을 연 인문도시연구소는 앞서 ‘다문화주의 실현’ ‘공동체’ ‘참여와 자치’ ‘문화적 지속가능성’ 등 인문도시의 가치와 목표를 내세웠다. 제1회 인문도시 세미나에서는 김창수 인문도시연구소장이 인문도시론에 관해 발표했는데, 이날 발표에선 그 이론을 주창하게 된 배경에도 눈길이 갔다.
김 소장은 “위기의 시대”라고 강조하며 시민들이 처한 다층적이고 연속적 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얼마 전 산불로 온 나라가 피해를 입는 극단적 기상 현상과 기후위기를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감염병 코로나19 위기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다시 기후위기가 닥치고 있다. 세계 정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미·중 패권 경쟁이 극에 달하며 위기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위기가 위기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세계 정세 속에서 국가 단위의 정치 정세 또한 우경화와 민주주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도 혐오와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외부 환경의 위기와 사회 내부 위기가 맞물려 전례 없는 위기다.”
인문도시론은 이처럼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시의 시민들이 가져야 할 근본적 고민이다. 그동안 도시 정책과 이념은 팽창주의, 확장주의, 기능주의 같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아닌 ‘양적 측면’만 부각하며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김 소장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느 한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 새롭게 접근하는 총체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 생태주의, 인문주의가 가치 연대를 통해 혁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문학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인문학자들의 플랫폼으로 인문도시연구소를 제시하면서 “도시 공간 탐구를 위해 발터 벤야민이 제기한 ‘산책자’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산책자는 역사와 장소성의 탐구자로, 단순히 현재의 도시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도시 공간 속에서 과거와 연결된 흔적과 기억을 발견하려 한다”며 “산책자는 예술적 감성과 철학적 사색가로, 도시 공간에서의 경험을 예술과 철학으로 승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 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는 다양한 ‘사람 중심 도시이론’을 찾으며 그 이론들의 한계와 가능성을 살폈다.
김 교수는 “인문도시는 도시를 인간주의적 장소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시민의 참여와 자치, 민주적 절차, 문화적 성숙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며 “이러한 이상은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 마누엘 카스텔의 도시운동 이론, 존 프리드만의 시민권력 개념 등 다양한 이론적 자산을 통해 정당화할 수 있고, 도시를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회적 실천의 장으로 재정의한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도시를 진정한 인문도시로 전환하기 위해선 시민의 문화적 감수성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문화시민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염신규 인천대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국내에서 추진된 문화적 도시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개발의 욕망 같은 지역민이 가진 욕망이나 구조 속에서 도시에 대한 문화적 상상이 힘을 얻긴 힘들다”며 “지역 서사의 다양한 발굴에 대한 인문학적 방법론이 섬세하게 다져졌을 때 우리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