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어린이시설 줄고 노인시설 늘어
2024년 혼인건수·출생아 증가는 희망적
수원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
일-가정 양립 등 양육부담 줄일 정책을

수원 만석공원 근처에 갤럭시웨딩홀이라는 예식장이 있었다. 2004년 문을 열었는데 주말마다 예식장 일대가 결혼식 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갤럭시웨딩홀에서 열린 결혼식, 행사에 여러번 참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2018년에 그 건물이 노인요양병원으로 바뀌었다. 갤럭시웨딩홀이 문을 열었던 2004년 30만8천600건이었던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2022년 19만1천70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예식장 수는 2019년 890개소에서 2021년 783개소, 2024년 714개소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4년 4만3천742개였던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23년 2만8천954개로 10년만에 34% 줄었다.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예식장과 어린이 시설 수는 줄어들고, 노인 시설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2024년 5천200만명에서 2072년 3천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면 먼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 들어 희망이 보인다. 2024년 혼인 건수는 22만2천건으로 전년보다 14.8% 증가했는데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율이었다. 또 지난해 출생아는 24만2천334명으로 전년보다 3.1% 늘어나면서 9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혼인 건수가 증가하면서 올해 출생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도 2024년 출생아 수가 6천575명으로 전년보다 8.97%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3.1%)의 3배 가까운 수치다. 특례시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수원시는 2024년 1월 저출생대응팀, 올해 1월에는 여성가족국을 신설해 저출생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5 인구정책 시행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데 저출생 대응 분야(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조성)에 3천631억원을 투입해 임신·출산·양육·돌봄 분야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은 확대한다.
올해 초등 새내기(1학년) 학부모 직원을 대상으로 오전 10시 출근제를 도입하는 중소사업장에 단축근무 장려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초등 새내기 학부모 직원이 임금 삭감 없이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수원시가 직원 1명당 2개월 동안 최대 6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수원새빛돌봄과 연계해 임신부를 대상으로 청소·세탁 등 가사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애 25회 지원하던 난임부부 시술비는 지난해 11월부터 출산당 25회(인공수정 5회, 체외수정 20회) 지원으로 확대했다.
수원박물관은 야외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부부에게 박물관 야외무대를 대관한다. 무대와 전기 시설, 주차장, 박물관 중정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는데, 사용료는 3만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2%가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8~9월 25∼49세 남녀 2천5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는 ‘자녀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상적인 자녀 수는 1.8명이라고 답했다.
추가 출산 의향이 없거나 계획하지 못한 이유로는 ‘자녀 양육비용 부담(4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육아시간 확보를 위한 일·가정 양립’을 1순위로 꼽았다. 젊은이들은 결혼할 생각도 있고 자녀를 낳을 생각도 있지만 양육 부담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을 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추진하겠다.
대선 후보들도 저출생·고령화 위기 극복 공약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는 젊은 (예비) 부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혼인 건수, 출생아 수가 반등한 지금은 출생률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