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DAY’. 영국의 전쟁사학자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의 책 이름이다. 이 책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루고 있다. 사흘 뒤면 그 81주년 기념일이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영국의 몽고메리 등 연합군 측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일을 D-DAY라 칭했다. 우리가 흔히 시험 7일 전, 결혼 100일 전을 이야기할 때 ‘D-7’, ‘D-100’이라고 하면서 날짜를 센다. 일상 용어가 된 그 D-DAY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일에서 유래했다. 연합군은 그 작전 날짜, 즉 D-DAY가 독일군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위장 작전을 감행하고 허위 정보를 흘렸다.
앤터니 비버의 ‘D-DAY’는 지상 최대의 작전으로도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설명할 때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뒤바꿔 놓은 그 작전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전투 과정에서의 민간인 피해 등 참혹함도 빼놓지 않는다. 전쟁의 양면성을 잘 드러낸 역작이다. 전쟁에서 진다는 것은 그 국가와 국민에게 상상할 수 없는 불행이지만,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결코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절대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일도 D-DAY였다. 계엄 선포를 준비한 이들에게는 그랬다. 수사기관의 수사나 법정 증언으로 그 계엄을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연합군 측이 그랬던 것처럼 계엄 세력도 D-DAY 날짜가 새 나가지 않도록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썼을 것임은 자명하다. 도·감청이 안 되는 비화폰 지급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계엄은 실패했다.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서고 국회에서 저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 6월 3일을 맞았다. 대한민국 운명의 D-DAY다. 선거 과정, 특히 대통령선거는 각 정당, 각 진영 간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국민의 오늘 선택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직접 도장을 찍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모두 빠짐없이 투표하여 새로운 역사의 장을 내 손으로 직접 열어젖히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정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