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상당수 외부에 민간위탁

유보통합 핵심, 질 높은 경험 보장

자격 검증 부재로 ‘교육 편향’ 초래

영유아기 발달에 대한 연속성 무시

교사 자격 일원화와 처우 개선 시급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스쿨’의 약자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하는 보수·극우 성향의 역사교육단체다. 이 단체는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근대화와 자유정신,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박정희 부국대통령의 산업화를 연구하는 아카데미 단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2025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공작팀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창의체험활동지도사’ 등의 민간 자격증을 미끼로 댓글 공작 참여자를 모집하고 서울 시내 10개 초등학교에 과학, 예술 등 늘봄학교 강사로 그들을 투입했다. 리박스쿨 대표가 운영하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 등 별도 법인은 올해에만 늘봄교육 관련 강사자격증 14개를 등록해 민간자격증 발급과 방과후학교 위탁을 한 몸처럼 운영했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초등 돌봄·방과후 통합 정책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졸속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 강행되며 강사 수급의 공백, 프로그램 부재 등의 혼란이 발생했다. 결국 서울 76.2%, 인천 68.6% 등 주요 시도에서 늘봄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상당수가 외부에 민간위탁되었다. 자격은 형식적이었고 검증은 부재했으며 교육 내용은 편향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초등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정부가 돌봄을 교육의 영역에서 분리해 이를 민간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리박스쿨 사태는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유보통합 정책 논의에서도 0~2세는 돌봄, 3~5세는 교육으로 분리하고 이에 따라 교사와 돌봄사 등 이중자격 체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발상은 영유아기 발달의 연속성에 대한 무시, 교육과 돌봄의 불가분성에 대한 훼손뿐 아니라 0~5세 교직 내 계급구조를 고착화하여 유아교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다. 사회적으로 ‘교육’은 제도화·전문화되고 ‘돌봄’은 비전문·저임금 노동으로 추락하는 계층화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유보통합의 핵심 정신은 이원화된 행정과 구조, 교육의 질적 차별을 없애 결과적으로 모든 영유아가 질적으로 우수한 영유아교육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교사를 두개의 등급으로 나누고(교사 vs 돌봄사), 만 3세를 기준으로 환경을 달리 설계하는 순간, 유보통합은 겉으로만 통합이고 실제로는 더욱 정교한 분리의 구조를 갖추게 된다. 특히 돌봄사라는 별도의 직군을 신설하고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느슨한 자격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이는 사실상 ‘유아교육 내의 이중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늘봄학교에서 드러난 문제(검증되지 않은 자격, 열악한 노동환경, 공적 기준 부재)가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0~2세 영아는 보육의 전문성이 가장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이 시기를 3~5세 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으로 충원된 인력으로 대체한다면 유아교육의 질 저하와 아동권리 침해는 불가피하다.

결국, 유보통합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교사 양성과정 강화를 통한 자격과정 일원화와 노동 조건의 동등화이다. 교사 양성과정을 4년제로 강화하고 초중고 교사와 동일하게 점심시간도 교육시간으로 인정하여 일 8시간 노동의 안정화, 주당 수업 시수 확보를 통한 교육의 질 강화를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영유아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교육과 보육을 받든 차별 없이 질 높은, 안전하고 건강한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격 취득자 중 보육교사는 약 15%, 유치원교사는 약 40% 정도만 어린이집 및 유치원 현장에 교사로 근무한다.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면 이탈한 교사들을 전일제, 반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현장에 재투입할 수 있다.

늘봄학교의 리박스쿨 사태는 단지 초등 방과후 교육의 실패가 아니다. 유아교육을 0~2세 돌봄, 3~5세 교육으로 분리하려는 시도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도 읽혀야 한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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