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에 야간학교 다니는 학생이 있었다. 나도 그 고등공민학교에 들어가려고 집에 얘기했더니 거긴 3년 다녀서 검정고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학교 갈 생각 말라고 해서 건넌방에서 한없이 울었다.”(1980년 1월 8일. 17세) 배움에 주렸던 소년 이재명. 한계를 극복하는 고된 인생 행보로의 결정적인 키워드를 자신의 삶에 새겼다.
# 소년공의 도전= 소년공에게 삶은 가혹했다. 남들이 시장에 버린 썩은 과일로 배를 채웠다. 중·고등학교 대신 공장으로 출근했다. 교복도 입어보지 못했다. 어린이 건강과일과 무상교복 정책은 어린 시절의 아픔에서부터 비롯됐다. 10권의 일기장 속 단어들은 불만과 좌절로 가득했다. 그래도 꺾이지 않았다. 전쟁하듯 도전하고 성취했다. 이재명도 날 때부터 철심장은 아니었다. 인생의 밑바닥부터 올라오면서 생긴 굳은살이다.
#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 인권변호사에서 변방 장수 성남시장으로, 경기도지사와 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과정은 혹독했다. 경험을 쌓으며 이재명은 어느새 공공재가 됐다. 약자의 삶을 보듬고, 함께 잘 사는 공평하게 기회를 나누는 세상을 꿈꿔왔다. 그는 대선기간 동안 줄곧 5가지 사명을 각오했다. 경제 회복·국민 안전·한반도 평화·국민 통합·내란 극복이 대동세상이었던 것이다. 국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 국민=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취임 첫날 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을 세 번 썼다.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도 42번이나 언급했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을 다짐했다.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大統領)의 또 다른 의미도 새겼다. 5천200만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탁받은 충직한 도구를 자처했다.
용산 대통령실의 봉황기가 다시 게양됐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내내 ‘국민주권정부’를 약속했다. 7월 17일 제헌절에 취임식이 아닌 임명식을 열 예정이다. ‘국민이 임명하는 대통령’이라는 의중이 담겼다.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다. 이재명의 마지막 키워드는 ‘국민’일 것이다. 인생 키워드대로 대통령직을 완수할지 국민이 지켜볼 차례다. 분발을 기대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