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도 예약 없는 펜션 한숨
물가 올라 숙박비도 못 내려
역 가까운 모텔도 매출 걱정
“해외로 쏠린 눈 돌아오기 힘들어”

현충일부터 주말까지 이어지는 연휴에도 관광지와 도심을 가릴 것 없이 숙박업은 웃지 못했다. 내수 경기 침체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 속에 한때 예약 전쟁을 벌였던 도내 숙박업소들은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5일 오전 안산시 대부도의 한 펜션 테라스에 주인 A(76)씨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시름이 깊은 표정을 지었다. A씨는 16년 전 남편의 은퇴 이후 도심 생활을 정리하고 대부도에 내려와 펜션을 세웠다. 하얀 벽에 파란 원형 지붕으로 궁전을 연상시키는 A씨의 펜션은 개업 초기 예쁜 디자인과 바다가 보이는 경치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연휴에도 A씨의 펜션은 텅텅 비었다. A씨는 “어느 순간부터 매출보다 건물 유지비가 더 든다”며 “10년 사이에 너무 많은 펜션이 생겼고 요즘엔 관광객들이 자고 가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인근에 또 다른 펜션 업주 B씨 역시 속이 탄다. 최근 B씨 펜션 인근에 생긴 캠핑장 때문이다. B씨는 “차박(차에서 숙박)과 캠핑, 글램핑 등이 유행을 타며 매출이 확 줄었다”며 “물가가 올라 펜션비용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숙박업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날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한 모텔 업주 C씨는 최근 주말 저녁에도 예약이 다 차지 않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는 중이다. 모텔을 매입할 당시 역 근처에 입지가 있어 매출 걱정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숙박업소 폐업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은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숙박·여행서비스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로 급락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22.9% 감소한 수치를 기록하며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야놀자리서치에서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 숙박업 동향 보고서’에서도 동일하게 관측됐다. 해당 보고서에선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심리 하락 등이 숙박업 매출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1분기에는 지난해 4분기 대비 3~5성급 호텔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펜션업이 이미 이전 분기부터 수익성이 낮아진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회복돼도 당분간 국내 여행 전망은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이후 지원금으로 버티던 숙박업계가 물가상승 압박과 국내 여행 수요 감소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난 설 연휴 당시 해외여행객 급증을 볼 때 국내 정세가 안정돼도 소비자들의 눈이 국내여행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