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을 찾은 A(32)씨는 향수 공방 론칭을 앞두고 있다는 또래 여성들에게서 시향 제의를 받았다. 시향 후 여성들은 자연스레 핸드메이드 향수를 만들어주겠다며 A씨에게 심리검사와 함께 개인정보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집에 돌아와 미심쩍은 기분이 든 A씨는 포털 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검색했고, 사이비 종교단체의 신종 포교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인스타그램도 소개하고 직접 만든 향수 샘플도 건네주니까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며 “무심코 개인정보를 넘겼는데 이상한 연락이 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사이비 종교단체들이 뷰티, 취업 등 MZ세대의 관심사를 겨냥해 위장 포교에 나서고 있다.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포교에 활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젊은 세대의 관심사나 선호 플랫폼을 겨냥해 자연스레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이비 종교가 위장한 취업 상담, 컨설팅 단체의 명단이 공유됐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동네에서 모집한 아르바이트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사이비를 만났다’ ‘중고 거래자로 만나 친해진 사람이 사이비였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포교를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수집 목적과 보유 기간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들이 젊은 세대를 무차별적으로 노리는 것은 신도들을 가용 인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대한 많은 인력을 포교에 동원해 신도 수를 늘리는 게 이들의 주된 목표라는 것이다.
구리이단상담소 소장인 신현욱 목사는 “이단의 포교 목적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장애인은 포교하지 않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밖에 나가 신도를 모으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시간과 체력이 많은 젊은 세대는 포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신천지 등 이단의 포교 수법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위험성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다른 목적으로 만난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성경 공부를 하자’고 제안하면 이단일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이라고 당부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