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지대는 경기도지정 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이지만, 별도의 소방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다. 2025.6.4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노송지대는 경기도지정 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이지만, 별도의 소방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다. 2025.6.4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지난 3월 영남지역 산불로 인한 문화유산 소실을 계기로 개인 소유 문화유산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3월26일자 1면 보도)이 나온 가운데, 소방설비 설치의무 대상을 민속문화유산·사적까지 확대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왔다.

산불땐 다 탈라… 개인 소유 문화유산, 방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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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책이 요구된다. 25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문화유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유산인 울산시 울주군 목도의 ‘상록수림’이 일부 불에 탔고, 신라시대 성지인 ‘운화리성지’도 피해를 입었다. 경남 하동군에서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3771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산불 등 화재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내고 “한국은 목조 건축 문화유산이 많고, 산림지역에 인접한 문화유산의 경우에는 특히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속문화유산과 사적에도 옥외소화전과 자동화재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문화유산을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의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지만 문화유산 보호에 있어서는 경중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국가문화유산 중에서 국보와 보물에 대해서만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 소방시설은 문화유산 구분에 따른 설치 정도의 차이가 크다. 보고서를 보면 국가문화유산 중에서 국보(21건)의 경우 옥외소화전과 자동화재설비 설치율이 100%에 달하지만, 의무설치 대상임에도 보물(223건)은 각각 91.9%·90.1%에 그친다. 이어 민속문화유산(196건)은 84.7%·86.2%, 사적(108건)은 82.4%·85.2%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3월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12건과 더불어 시·도 지정 문화유산 23건도 피해를 입었지만, 시·도 지정 문화유산은 방재시설 구축이 더욱 더딘 실정이다. 지난 4일 찾은 수원시의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 ‘노송지대’에는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가 늘어서 있음에도 옥외소화전은 물론 기본 소화 장비인 소화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보고서를 쓴 강혜령 입법조사관은 “소방시설 구축 대상이 제한적이다 보니 예산도 2023년 49억원에서 지난해 45억원, 올해 37억원 등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 범주를 넓히는 법 개정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시도지정 문화유산 등 관심이 덜한 문화유산에 대한 소방시설에까지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