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US여자오픈 맨발투혼 박세리

업계 호황 속 골프장 이용비 급상승

어린 선수 부담 주는 천문학적 비용

그린벨트 공립 골프장 건설 등 필요

골프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다. 과거에는 귀족 스포츠로 불렸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외국 무대에 진출하고,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골프는 축구와 야구에 이어 외국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이 활동하고, 국위선양을 하는 스포츠다.

과거 박찬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야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처럼 골프도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투혼을 펼치며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컵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야구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가 한국 야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늘었고, 골프도 박세리 키즈 선수들이 대거 미국 무대로 옮기면서 우승컵 수집에 큰 힘을 보탰다.

박세리가 1998년 제53회 US여자오픈골프대회 18번홀에서 티샷이 해저드쪽 깊은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지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 속에서 멋진 샷으로 탈출하는 모습. /USGA 유튜브 캡처
박세리가 1998년 제53회 US여자오픈골프대회 18번홀에서 티샷이 해저드쪽 깊은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지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 속에서 멋진 샷으로 탈출하는 모습. /USGA 유튜브 캡처

이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미국프로골프(PGA)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펼치는 무대로 꼽혀왔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에 이어 일본과 중국, 태국 선수까지 미국 투어 무대에서 우승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국내를 돌아보면 한국에서 골프 유망주를 키워낸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골프 업계는 2020년 이후 약 3년간 전성기를 보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 전반은 큰 혼란을 겪었지만 골프장만은 예외였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실내 활동과 집합 자체가 어려웠지만, 야외 활동으로 안전이 보장됐던 골프장 이용객은 반대로 증가했던 것이다. 또 외국 여행 단절로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세대들도 골프장에 대거 가세하면서 골프 업계에도 큰 호황을 누렸다.

공급과 수요의 룰이 깨지면서 골프장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식음료 등도 잇따라 인상됐다. 실제로 당시 코로나19 이전 평일 기준 7~8만원의 그린피는 20만원을 넘어섰고 카트비, 캐디피도 각각 2~3만원 씩 오르면서 수익을 냈다.

2016 리우하계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인비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8.21 /연합뉴스
2016 리우하계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인비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8.21 /연합뉴스

특히 미래 한국 골프를 책임질 어린 선수들의 경제적 비용은 계속 늘어났다. 골프 유망주들은 전적으로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대회나 훈련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어린 선수들이 대성하기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수들의 레슨비를 비롯해 그린피, 연습장 사용료 거기에 용품비까지 모두 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게다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영향을 주는 그린피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골프장 측에서 지원을 해주는 곳도 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추운 겨울에는 외국에서 전지훈련을 해야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일부에선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선수들을 위한 전용 훈련장이나 경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유지나 시유지 등 그린벨트를 활용한 공립 골프장을 건설해 지역민은 물론 선수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경기 및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LPGA 투어에서 중국과 태국, 일본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과 태국의 경우 정부에서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일본도 저렴한 골프장 이용료를 통해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다.

유망주를 지도하는 골프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국내는 가장 열악하다”며 “미국의 경우 주니어 선수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경기나 훈련을 할 수 있지만, 국내는 골프장 이용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아마추어 선수 대회를 개최하려고 해도 골프장 측에서 협조해주지 않는다”며 “수익을 내기 위해 아마추어 대회보다 일반 이용객을 더 받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