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고수온 영향으로 서식지 먼 바다로 퍼져

반대로 봄철엔 수온 낮아 돌아오는 시기 늦어져

 

금어기 기간 탄력 조정·확대 등 대책 마련 시급

“어민 건의 나오면 해수부와 협의 진행하겠다”

5일 오후 인천의 한 대형종합어시장에서 꽃게가 판매되고 있다. 2025.6.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5일 오후 인천의 한 대형종합어시장에서 꽃게가 판매되고 있다. 2025.6.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외국인 선원들 월급 주는 것도 이제 한계입니다. 정말 고사 직전입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 박태원(65)씨는 최근 꽃게가 잡히지 않아 걱정이 크다. 지난해 가을철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더니 올해 봄철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보통은 어획량이 줄어도 5월부터는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상황이 변하질 않는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꽃게를 대신해 잡으려던 소라도 흉년이다. 소라의 미끼로 사용할 홍합에서 올해 초 전국적으로 패류독소가 검출되면서 유통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최근 홍합 유통이 다시 허용됐지만 이미 6월부터 소라 금어기가 시작됐다. 박씨는 “주력인 꽃게가 잡히질 않는다. 체감상 어획량이 작년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빚을 내서 선원들 월급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기온 등으로 인천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연평 꽃게 수산물 위판 현황을 보면 올해 3~5월 어획량은 지난 5일 기준 57.1t으로 전년 동기(338.32t) 대비 83.1% 줄었다. 같은 기간 연평 꽃게의 어획고 역시 41억2천만원에서 16억1천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꽃게 조업이 가능한 성어기가 한 달(6월) 남았지만, 줄어든 어획량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연평 꽃게 어획량 감소는 지난해 가을철(9~12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시 어획량은 309.25t(24억4천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천333.17t(97억2천만원)보다 76.8% 줄었다.

꽃게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는 바다의 수온과 관계가 깊다. 지난해 서해 연평균 표층수온은 17.12℃로 평년(최근 30년 평균)보다 1.82℃ 높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례적 고수온 관측이 지속되며 여름철 데워진 바닷물 온도가 가을철까지 식지 않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꽃게의 서식지가 먼 바다로 넓게 퍼졌다. 또 꽃게의 서식지를 따뜻한 연안으로 모이게 하는 서해 내 차가운 해수(황해저층냉수)가 적게 분포하면서 어장 내 꽃게 밀집도가 낮아졌다.

반대로 올해 봄철은 서해 연근해 표층수온이 지난해보다 낮다. 겨울철 따뜻한 곳을 찾아 먼 바다에 나간 꽃게가 서해 연안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 어획량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3~4월 인천 전체의 꽃게 어획량은 284t으로 작년 같은 기간 어획량(612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기후환경자원과 이수정 연구사는 “지난해 가을철에는 꽃게 어장이 밀집되지 않아 어획량이 줄었다면 올해는 수온이 천천히 올라 꽃게가 돌아오는 시기가 늦어졌다”며 “지난해 가을철 적은 강수량도 꽃게의 먹이원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바다 수온이 올라 뒤늦게 돌아온 꽃게가 군집해 가을철 어획량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황해저증냉수’의 연안 유입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꽃게 금어기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꽃게 금어기는 전국적으로 6월21일부터 8월20일까지, 연평도의 경우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다. 박씨는 “금어기 시작을 7월15일 이후로만 늦춰줘도 어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온 변화에 따른 꽃게 어획량 변화에 맞춰 금어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천시 수산과 관계자는 “꽃게 금어기 조정을 바라는 어민들의 건의 등이 나오면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