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20일 개봉)는 '뻔한 얘기'를 '전투적인 이미지'로 꿰뚫어낸 오락영화다.

고집불통에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토미(알 파치노)는 전미 풋볼연맹 챔피언쉽을 연속 2차례나 거머쥔 마이애미 샤크팀의 명감독. 하지만 최근 팀이 3연패에 빠지면서 궁지에 몰린다. 아버지로부터 샤크팀을 물려받은 젊은 여성 구단주 크리스티나(카메론 디아즈)는 자신의 명예와 부를 우선하며 토미와 갈등을 빚는다.

영화는 이런 감독과 구단주를 중심으로 사분오열됐던 샤크팀 선수들이 똘똘뭉쳐 대역전승을 일궈내는 과정을 이어간다. 구단주나 감독, 지금은 한물간 전설적인 쿼터백, 그리고 한참 떠오르는 유망주등의 캐릭터들은 틀에 박힌 것이다. 분열-화합-대역전승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영화는 '살바도르' '플래툰' '닉슨'등과 비교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중 가장 상업적이고 오락적이라 해도 무방하다.

3초를 남기고 터치다운, 역전에 성공하는 하이라이트등 스토리는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가볍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대신 느린 그림, 분할 화면등 '촬영기법 전시장'을 방불케할 정도의 온갖 기교에다 전투같은 풋볼게임등으로 영화를 꽉 채워놓았다. 힙합, 헤비메탈등의 음악을 등에업고 고지점령에 나선것 같은 풋볼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를 두고 “스크린으로부터 날아오는 공을 피하기 위해 관객들은 마스크와 헬멧을 써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한마디로 영화의 풋볼게임은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이전에 담아냈던 전투만큼이나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제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고 선언한뒤 3년간 이 영화를 준비했다. 그는 토미의 입을 빌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풋볼도 마찬가지다. 인생과 풋볼이란 게임에선 1인치의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름하게 된다. 자신을 버리고 모두 단결하여 그 1인치를 찾자”라는 대사속에 '희망'의 속내를 드러낸다. 뻔한 얘기를 전투적인 이미지의 풋볼게임과 알 파치노의 카미스마 연기로 돌파한 영화는 자막이 올라갈때 유쾌한 반전을 또 한차례 던져놓으며 상업·오락의 마침표를 찍는다. 미국에서는 8천만불의 수익을 올려 올리버 스톤 영화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대배우 찰톤 해스톤이 까메오로 깜짝 출연한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