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5일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 여야에 대선자금 '고해성사와 국민검증'을 제안한 것은 대선자금에 관한 소모적 논쟁으로 인한 국정운영 부담을 털어내려는 특유의 정공법이다.
끝모를 논쟁만 거듭하기 보다는 모두 털어놓고, 차제에 정치자금 문제를 비롯한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자는 뜻이라는 게 참모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곧바로 '물귀신 작전'이라고 반발하고 나선데다 한나라당이 앞으로 호응하더라도 '고해성사 방법과 검증장치' 마련과 불법행위 발견시 처리 방법 등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아 상당한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 우선 공개하나=민주당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물타기'라며 우선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부터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이상수 사무총장의 대선자금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이평수 수석부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대선자금에 자신있다”며 공개 용의를 밝혔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정치자금 문제만큼은 야당도 절실할 것”이라며 “여차하면 야당도 걸려들 입장 아니냐”고 반문, 정치권 전체의 정치자금 과거사를 털어버릴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야당에 대해 강조했다.
◇공개·검증 범위와 방법은='고해' 범위에 대해 유인태 정무수석은 “대선자금과 대선전 준비자금까지 함께 밝히자”고 말했다. 대선 전후 자금의 조성과정과 규모, 용처를 낱낱이 국민이 납득할 수준에서 공개하자는 것이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대선후보 '경선자금'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공개 후 검증 방법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양당이 합의한 기구나 위원회'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의 특검과 국회국정조사 요구를 의식, “검찰 수사나 중앙선관위 조사가 가장 바람직하나 여야가 합의하면 특검이든, 어떤 방식이든 좋지 않느냐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후 처리는=대선자금 등의 공개·검증 목적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보다는 제도·문화 개선에 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강조점이다.
따라서 자금을 지원한 경제인에 대해선 경제에 미칠 악영향까지 감안, “공개나 처벌 등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문희상 실장, 유인태 수석, 문재인 민정수석은 입을 모았다.
정치인의 경우 청와대측도 아직 명확히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만큼 진솔하게 고백하고 숨김없이 조사가 이뤄진 후 '국민 동의'를 전제로 역시 면책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유인태 정무수석은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정치개혁으로 이어지나=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정치자금 문제의 현실과 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과 여야 정치권간 논의를 촉발시켜 정치 전반의 개혁논의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특히 최근 정치개혁 바람속에 국민여론과 시민단체 등이 정치권 전체에 대해 대선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 전반의 공개를 요구하는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 제도를 정치인들이 지킬 수 있도록 현실화하되 투명성 확보 장치를 엄격하게 만들어 철저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입장이며 이에는 여야 정치권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 강한 불신을 가진 국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고 그에 앞서 실제 정치권의 정치자금 실태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실제 명분으로 내세운 정치자금 제도 개혁의 결실을 맺을지는 불투명하다./박춘대·정의종·이재규기자·jej@kyeongin.com
[노대통령 '대선자금 공개제의' 의미]
입력 200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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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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