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균, 먼지 등을 막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는 게 마스크다. 그러나 영어 'mask'는 가면, 복면, 탈을 뜻한다. 불어의 'masques'와 독일어의 'Maske'도 같다. 16세기 궁정 오페라를 비롯한 서양의 가면무도회(mask ball), 가장(假裝)무도회, 가면극, 즉 독일어로 마스케라데(Maskerade)라 일컫는 모든 가면극의 가면을 마스크라 하고 '황금박쥐' '마스크맨' 등 만화의 가면이나 10월31일 '할로윈(Halloween)데이'에 쓰는 가면도 마스크다.
독가스를 막는 방독면(防毒面) 역시 '가스 마스크'라 부르고 용접공의 가면도 마스크는 마스크다. '데드 마스크' 즉 사면(死面)도 있다. 사망 직후의 얼굴에서 본을 떠 만든 그 으스스한 가면 말이다. 입과 코만 가리는 건 '마스크'라기보다는 '입 마개'가 적절한 명칭이고 좀 점잖게 부르자면 '구강 보호구'쯤 될 것이다.
마스크와는 상관없는 마스크도 있다. 영화에서 '마스크 웍(mask work)'이라고 하면 배우가 1인2역으로 한 화면에 나올 때 그 화면의 일부를 잘라 촬영한 뒤 합치는 작업이고 음악에서 '마스크 효과'라고 하면 어떤 음을 들을 때 다른 음이 보다 크게 오버랩되어 들리면 그 원음의 감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들리지 않는 경우다.
요즘 전쟁과 괴질(SARS)에다 황사까지 겹쳐 방독면과 마스크가 온통 지구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입 마개 마스크가 날개가 돋치다못해 품절되는가 하면 산업용 등 특수 기능성 마스크가 없어서 못팔 정도다. 일본의 하쿠주지(白十字)나 고와(興和)헬스케어 등의 500엔 짜리 고기능 마스크가 그렇고 '메이드 인 코리아'도 마찬가지다.
11일 홍콩 노스포인트(北角)에서 열린 배우 장궈룽(張國榮) 영결식의 1천여 조문객도 거의 마스크 차림이었고 10일 대만공항에 입국한 한 홍콩 관광객의 '저는 안전해요. 키스해 줘요'라고 쓰인 그 마스크도 한국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치과의사, 수술의사, 방역요원, 농약 치는 농부, 김치공장 아줌마, 수의 입히는 염습사 등 특정 구역 특정인 외에 아무나 야외에서 쓴다는 것은 그만큼 좋지 않은 일이고 답답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오동환(논설위원)
마스크와 방독면
입력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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