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쪽이 나더라도 부동산 만큼은 확실히 잡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이라는 과녁을 향해 또 한번 화살을 날렸다. 부동산 과녁을 꿰뚫고 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불굴의 염원으로 승화된 듯 하다. 임기의 절반이 다 되도록 한번도 과녁을 맞추지 못한채 무수한 화살(부동산 대책)을 낭비한 대통령의 입장에 서 보라. 오기가 날 일이다. 말이 곱게 나갈리 없다. 전쟁도 모자라 하늘의 운명까지 걸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회심의 한 발을 시위에 걸어 놓은 마당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과 정부가 부동산이라는 과녁을 명중시키는데 실패한 이유는 춤추는 과녁에 겨냥을 잘못한 탓이다. 셀수 없는 대책들이 하나같이 살아움직이는 과녁인 부동산 시장을 묶어 놓아 투기세력들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녁은 춤추며 겨냥이 빗나간 화살을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대통령과 정부는 날려버린 정책이 잘못이 아니라 과녁인 시장이 잘못됐다고 강변한다. 살아있는 과녁을 맞추려고 나선 사수가 과녁이 움직인다고 푸념하는 꼴이다. 이번엔 제대로 겨냥해 시장도 살리고 투기세력도 박멸하기를 기대해본다.
대통령의 과녁 겨냥이 빗나간 사례는 또 있다. 통합논술을 대입 본고사 부활로 단정하고 서울대를 과녁으로 삼은 일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대통령이 과녁을 제대로 세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나쁜 뉴스'라고 과녁을 세우자 마자 벌어진 일이다. 국정홍보처장은 모교를 비겁한 집단으로 매도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초동진압을 외쳤다. 그러나 여권이 화살을 난사했음에도 정작 과녁은 차분한 스텝으로 비난의 화살을 흘려버리며 꼿꼿하다. 정운찬 총장은 통합논술고사 도입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오히려 고교평준화를 재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제 이 과녁을 잡아내기 위해 대통령이 얼마나 극언을 쏟아내야 할지 모른다. 답답한 일이다.
대통령이 아예 걷어차버린 과녁도 있다. 낙하산인사 과녁이 대표적이다. 참여정부의 인사는 과거 정권의 인사와는 달리 철저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공기업은 낙하산을 타고 하강한 여권의 영남 인사들로 만원이다. 대통령은 “영남에서도 필요한 인물을 당이 가지고 있어야 영남에서 선거도 치러낼 수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국정에 큰 지장없이 할 테니까 그거 하나는 봐달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솔직 대범한 풍모? 좋다. 그렇지만 걷어차버린 시스템인사는 어떻게 할건지 사과도 해명도 없다.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겨냥의 의도도 과녁의 실체도 모호하다. 그 대상이 한나라당이라는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의 해석을 대하면 더 그렇다. 1년전 대통령은 “별놈의 보수를 다 갖다 놓아도 바꾸지 말자는게 보수”라 했다. 혐오의 감정이 가득한 보수인식이었다. 한나라당은 그런 보수의 중심에 서 있다. 그 한나라당에 조각권(組閣權)을 통째로 넘겨줄테니 대신 중·대선거구를 달라고 한다.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대통령이 법 바꾸고 경제 살리고 부동산 잡고 교육·노사문제 해결하는게 무리라는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조각권을 야당에게 넘겨줄수 있는지 그 시비는 뒤로 접더라도 어떻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연정의 과녁으로 겨눌수 있는 것인지, 그게 현 정부와 여당의 정서상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사대에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쏘아 맞혀야 할 과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몇발 남지 않은 화살 하나 하나를 정확히 겨냥해 공들여 날려주기를 바란다. 수구, 기득권 갤러리들의 야유가 정신사납다고 그들과 대거리 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여론이 대통령의 통치를 관심의 표적으로 삼은지 오래됐다./윤인수〈논설위원〉
빗나간 겨냥, 춤추는 과녁
입력 200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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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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