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미군 기지를 반환받는 도내 자치단체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의정부 동두천 양주 등 경기 북부 자치단체들은 반환받게 될 미군공여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발전의 걸림돌이었던 미군기지가 이제는 지역 발전을 견인할 알토란 같은 희망의 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날벼락을 맞은 지역이 있으니 하남시 경우가 그렇다.
하남시는 미군 기지 '캠프 콜번'의 이전이 확정되면서 다른 기지 이전 지역과 마찬가지로 쌍수를 들어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미군 기지 바로 그자리에 국군이 새롭게 기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하남시나 시민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결정이다. 미군기지가 떠날 줄만 알았지 그자리를 우리 국군이 차지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시민 전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최근 '반환공여지의 효율적 활용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군 이전부지 활용방안이 해당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계획적인 개발이 필요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부활용 계획을 제시한 보고서이다. 하남시의 경우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려 골프장 및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하남시도 자체적인 용역을 통해 청소년 영어마을과 수련관, 실버타운, 대형 병원, 경찰서 등 공공복지시설 조성계획을 세웠다. 이달중 이같은 내용을 종합한 '미군공여지 활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경기도의 부속 연구기관이나 하남시가 이같은 반환기지 이용계획을 세운 것을 보면 반환기지를 국군이 이용한다는 계획을 전혀 몰랐음을 방증한다. 국방부의 기지 인수 계획이 그만큼 전격적이었다는 얘기다.
62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하산곡동 일대 토지 8만6천204평에 캠프 콜번이 주둔해 왔다. 이 부지는 의정부나 동두천 등지의 미군부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주둔병력이 적지만 시전체 면적중 97.2%가 그린벨트로 활용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하남시로서는 도시개발의 숨통을 터줄 노른자위 땅이다. 캠프 콜번 이전계획이 발표되자 마자 하남시가 국방부에 부지 매입 의사를 통보하고 토지 이용계획을 서둘러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가 하남시의 이처럼 절박한 사정을 몰랐을리 없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반환부지를 군사시설로 재활용할 방침을 밝히며 하남시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다. 육군은 팔당호 권역 주요시설 방어를 위해 이 기지가 필수적이며 기지신설이 어려운 수도권의 실정상 캠프 콜번을 한국군 부대로 재활용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의 이같은 주장은 하남시와 시민들에게는 억지다. 정말로 전략상 중요하다면 진작 군부대 주둔을 예시해야 하는데 미군기지 이전이 공론화되고 하남시의 기지 매입과 개발계획이 무르익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다 갑자기 그 자리를 차고 앉겠다니 그렇다. 하남 시민들이 군기지 재활용 결사반대를 외치며 청와대·국회·국방부 등에 기지의 조속한 반환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의 일방적 결정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이다. 현재 하남 시민들은 부지매입을 관철하기 위해 강력하게 연대한 상태이다.
국방부는 오는 10월 기지 활용방안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해당 군부대측에 하남시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를 하도록 지시한 것을 보면 기지재활용 방침을 물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하남 시민이 부지반환을 절실히 요구하는 이유가 군 기지로 도시개발의 숨통이 막혀왔던 하남시의 절박한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지원특별법안'이 발의된 마당이다. 오랜기간 불이익을 감수한 주한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을 특별 지원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 법의 목적이다. 해당 지역의 현실을 살피고 발의된 특별법의 취지를 살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인철 (논설위원)
미군이 나가니 한국군이 들어오나
입력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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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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