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산동 사람들의 삶은 곧 동두천 사람들의 애환이나 마찬가지다.
동두천지역 상당수의 사람들이 미군기지로 인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로 내몰렸다.
걸산동 주민들의 경우 대부분 과거 미7사단 주둔시절 평당 5~10원씩을 받고 자신의 땅을 내줬다. 몇대에 걸쳐 살았던 땅이지만 이제 주민들이 농사라도 지으려면 수십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업보다도 미군부대 종사원이나 가게 운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자신들의 땅에 계속 살수 있었던 걸산동 사람들에 비해 강제로 땅을 징발당하고 고향을 등졌던 사람들은 50여년간 객지를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내쫓기듯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반세기만에 스스로 땅 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가 본격화되자 동두천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강제징발당한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1만명 범시민추진단 구성에 나섰다.
어성운(59)씨도 50여년만에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어씨는 캠프 호비가 조성되면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임야 2만1천여평을 평당 300원에, 그것도 '채권쪼가리'만 받고 강제로 징발당했다. 어씨는 “강제로 앗아간 재산인 만큼 정부는 원소유자들에게 반환되는 공여지를 되돌려주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어씨는 “국방부에서 땅을 매수하면서 나중에 필요치 않을때에는 원소유자에게 통보해 최초 매수 금액에 법정 금리를 적용해 돌려주기로 했었다는 얘기를 20여년전쯤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미군공여지로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외국에서도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 1980년부터 미국 LA에 건너가 살고 있는 김윤태(50)씨의 경우 부친이 생전에 “의정부시 의정부2동 캠프라과디아내 5천여평의 땅을 강제 징발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 당시 서류 등을 준비해 접수시켰다.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김형태씨도 “보산동 캠프 님블에 1만5천960여평을 강제 징발당했다”는 부친의 생전 유언을 듣고 서류를 접수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30여명의 토지주가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해 시민연대측에 서류를 접수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미군기지터 원소유자들의 모임’이 구성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시민연대측은 이르면 오는 9월께 미군 공여지를 원소유자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법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만약 소송이 이뤄진다면 미군 공여지에 대한 토지주들의 반환 요구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주한 미2사단 재배치계획에 따라 동두천시에서는 현재 짐블스 훈련장(361만평)이 환매·공매중이고 캠프 캐슬(6만3000평)은 2006년, 보산동 헬기장(6만3000평)과 캠프 님블(2만평)이 오는 2008년까지 반환되며,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 900여만평은 2010년 이후 반환될 예정이다.
/취재팀(김환기 북부권취재본부장,김재영차장,오연근·최재훈·이성호)
〈자료 및 사진 협조:경기도 제2청, 의정부·동두천·파주시청, 미 제2사단, 대진대학교 소성규·최주영 교수, 현장사진연구소, 동두천시민연대, 경기북부지역 미군기지문제 해결 범시민대책위원회, 주한미군한국인노조, 동두천관광특구 상가연합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