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떠나면 남는 것은 흔적과 기억뿐이겠죠.”
동두천에는 '미국속 한국'이 있다. 대한민국 땅, 대한민국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만 이곳을 가려면 마치 미국을 가듯 철문을 통과하고 신분증까지 보여줘야 한다.
동두천시 걸산동 48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은 반세기동안 미2사단과 동거를 하고 있다. 캠프 케이시가 형성되면서 걸산동 전체가 미군기지로 둘러싸였기 때문이다. 외출나왔다 집에 가려면 일단 사단출입문에서 부대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차량을 이용할 경우 '제한속도 32㎞'로 10여분을 가면 철문이 나오고 그곳 한국인 근무자에게 다시 신분을 확인시킨뒤 철문을 통과하면 그제서야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어색한 일이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나마 20여년전에는 미군부대를 통과할 수 없어 마을 동쪽 산길을 2시간이나 걸어다녀야 했다. 기본적인 통행이 불편하다 보니 200여명에 이르던 마을 인구는 절반으로 줄었다. 마을을 통틀어 학생이라곤 중학생 한명이 유일하다. 지난 61년 개교한 동두천초교 걸산분교도 25회 졸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아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가족이나 친척이 고향을 찾으려면 별도의 방문절차를 밟아야 한다. 방문객들은 최고 3일까지 머물 수 있다. 이것도 지난해 미군과의 줄다리기 협상끝에 얻어낸 결과다. 미군부대가 발급한 신분증은 3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주민들은 대부분 과거 미7사단 주둔시절 평당 5~10원씩을 받고 자신의 땅을 내줬다. 몇대에 걸쳐 살았던 땅이지만 이제 주민들이 농사라도 지으려면 수십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업보다도 미군부대 종사원이나 가게 운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군부대에 둘러싸이다 보니 편한 점도 있다. 자연환경이 파괴되지 않아 경치가 좋고 공기도 맑을 뿐 아니라 밤에도 문을 열어놓고 산다.
김광석(57) 통장은 “2사단측의 이해로 최근 부대내 비상사태 등과 무관하게 영내 통행자유를 갖게 된 것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평화속에서도 심적 불안요소는 늘 잠재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취재팀
[미군철수특별기획] 7.걸산동 사람들 <끝>
입력 2005-07-26 00:00
수정 2021-09-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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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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