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포천 영평사격장을 가다
지난 11월 ○일 오전 9시. 포천 영평훈련장 정문 앞에 다다르자 미군 제2보병사단 관계자들이 나왔다. 신분증 확인절차를 마치자 굳게 닫혀있던 훈련장 철문이 열렸다. 50여년동안 이방인에게 좀처럼 열지 않았던 영평훈련장 아니 로드리게스훈련장의 문이 열린 것이다.
정문을 지나 15분여를 달린뒤 도착한 곳은 602 항공지원대대의 훈련장. 헬기까지 투입되는 대규모 훈련이라 긴장감이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군 병사들은 간간이 웃기도 하면서 자율적으로 구호를 외치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날 훈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총기 점검이 이뤄지고 곧바로 장병들은 군 트럭에 올랐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여기저기서 모의 포탄이 터지고 소총사격이 시작됐다. 야산 여기저기서 흙먼지가 날렸고 탄피가 사방으로 날아오르는 등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귀청을 때릴 듯한 폭음이 불과 200~300m 너머의 마을을 지나 멀리 산골짜기를 돌아나오면서 몇번이나 메아리쳤다. 훈련장에서 불과 200~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마을 전체가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고 있음은 불을 보듯 뻔했다.
낮 12시 영평훈련장내 헬기 사격장. 이날 훈련의 주인공은 주한미군화력의 주력인 3-6항공대대 소속 최신형 롱보우 64D 아파치 헬기다. 지표면에서 꿈틀거리던 헬기 3대가 순식간에 2천500피트 상공으로 상승, 영중면과 창수면 일대 야산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2㎞ 가까이 떨어져 있는 산정상 관측소까지 헬파이어 미사일의 위력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미사일과 캐넌포가 표적을 파괴시킬때마다 주위의 나무며 풀은 흔적을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됐다.
조종사 래브로드(27) 대위는 “조종사들은 해마다 세 차례씩 실전적 고난도 주야간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야간에도 최첨단 디지텔센서를 이용, 타격훈련을 10일동안 반복한다”고 말했다.
결국 밤낮을 가리지 않는 훈련에 수려한 산과 들은 물론 주민들의 몸과 마음까지 철저히 파괴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간 스트라이커 부대나 이라크 파병부대의 일부 훈련장면이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영평사격장 전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훈련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확인한 훈련장내 주요 사격지점과 표적지 주변은 수십년에 걸친 집중사격으로 이미 토양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듯 보였다. 훈련장 곳곳에서는 탄피들이 굴러다녔고 헬기 사격으로 인한 파편이나 유독성 물질도 제거되지 않은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훈련장에서 배출되는 하천이 지난 50여년간 고난을 되풀이했던 포천지역 주민들의 마음처럼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