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산하(京畿山河)는 5천년 역사를 이어오며 단일문화권으로 세계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하게 장식하고 있는 한민족 역사·문화의 모든 것을 품어 안은 곳이다. 지난 2002년 3월 경인일보사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지역의 정체성을 찾아 지역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21세기 세계 문화·역사를 주도할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설 발판을 마련하고자 '다시보는 경기산하-경기 역사·문화 대장정'에 나섰다. 그러기를 3년. '다시보는 경기산하 특별취재반'은 경기산하의 두 축을 형성하는 한남정맥의 남쪽 끝 안성 칠현산을 시작으로 한남·북정맥, 서해일대, 한탄강·임진강 일원,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옛 경기의 근원인 개성을 돌아보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때론 더위와, 때론 추위와 싸워야 했고, 모자란 취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취재로 목숨을 내걸기도 하며 경기산하 고을고을을 살펴온 특별취재반의 지난 여정은 그래서 참으로 값진 것이었다. 3년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지난 취재과정을 결산하고, 앞으로 언제 다시 있을지 모를 경기산하의 역사·문화 대장정이 더욱 알차게 채워지길 기약하며 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강대욱=오늘 좌담회는 제가 좌장으로 사회를 보겠습니다. 우선 2년6개월동안 아무 탈 없이 '다시보는 경기산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쁩니다. 우선 대장정을 마치며, 이번 다시보는 경기산하 기획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도록 합시다.
 
윤한택=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지역 문화활동에 대한 시각과 이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은 이 같은 관점에서 경기산하의 문화·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정리하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약탈적 성장 등 정리 안된 부분도 이번 기획을 통해 정리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정승모=대중매체에서 오랫동안 기획연재한 것도 처음이지만 한 도(道)를 시·군단위로 빠짐없이 취재한 것도 유례가 없는 기획이라고 봅니다. 경기도의 성격을 규명하려고 할 때 자칫 한 부분만 보고 확대 해석하던 것에서 탈피,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시리즈의 발판을 이번 다시보는 경기산하가 제공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염상균=40여 년 넘게 경기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살고 있지만 참으로 경기도라는 지역이 막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경기인은 물론 경기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기도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한동민=근현대사를 공부했지만 이번 기획시리즈를 통해 경기지역 각 시·군의 근현대사를 되짚어보면서 '개발의 광풍'이란 부분과 '분단이 주는 정체성'이 바로 경기도의 근현대사 키워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는 경기도의 힘을 찾는데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이고, 동북아의 배꼽입니다. 기전문화에서 근현대로 이어지는 맥을 제대로 짚어 나간다면 21세기 경기도가 커 나갈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이 같은 경기도의 힘을 제시했다는 점이 큰 성과일 것입니다.
 
조형기=27년간 경기지역 곳곳을 발로 뛰었던 일선 사진기자로서 이번 기획은 저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획을 통해 느낀 점은 역시 경기도는 '웅도'라는 것과 경기도가 제대로 펼쳐지고 기를 펴야만이 대한민국, 더 나아가서는 통일한국이 기를 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강대욱=이번 기획시리즈를 통해 각 필진들이 맡은 분야는 무엇이고,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우선 저의 경우 해당 시·군의 역사 연혁을 개괄적으로 서술, 각 지역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부각시키려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방적 논리가 아니었는가 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염상균=저는 유적과 불교 사원에 대해 많이 다뤘습니다. 그런데 어떤 시군은 넘처나 고민이었고, 어떤 시군은 거의 없어 글쓰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이 기획시리즈를 다음에 다시 한다면 처음부터 31개 시·군의 문화·유적 등을 필진들이 골고루 분배해 빠짐없이 전체적으로 조명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윤한택=한남정맥 주변의 지역에 대한 근·현대사를 썼는데, 저는 처음부터 전제된 틀이 있었습니다. 역사시대에 약탈적 성장을 했던 시대에서 창조적 규명의 시대로 가야한다는 것이 그 기조였는데, 그러다보니 그동안 학문적·인식적 갇힌 틀에서 새로운 시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살아있는 생생한 사실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정승모=저는 시기적 조선시대가 포인트였습니다. 경기도라는 게 고려와 조선을 통해 둘러싸고 있는 수도와의 끊임없는 관계, 즉 근기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