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마츠리(祭, 祭り)는 다른 나라의 축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민속신앙의 종교제례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세속적 삶 속의 풍요로운 수확과 무병장수를 신(神)에게 기원하고 감사하는 것이 그 기본 정신이었다. 신에 대한 관념이 변하게 되면서 농경의례가 정비되고, 주술적 요소가 강하던 원시신앙은 정기적인 마츠리 행사로 발전하게 된다.
 
일본의 마츠리는 오랜 관습과 제도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토속신앙, 중국에서 전래된 풍속,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습속 등이 가미되고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변천과정 속에서 마츠리는 신사나 사원을 중심으로 한 종교적 제례행사의 현대적 재연, 농경문화나 어촌문화의 민속에 기초한 전통 축제로 많이 알려져 왔다. 일본의 3대 마츠리로 불리는 도쿄의 간다(神田)마츠리, 교토의 기온(祇園)마츠리, 오사카의 덴진(天神)마츠리, 그외 일본 동북 지방에 있는 아키타의 간토마츠리(竿燈祭), 아오모리의 네부타마츠리(ねぶた祭り)등이 대표적인 전통 유형의 마츠리다.
 
그런데 현재 일본의 지역사회에서는 전통적 맥락의 마츠리와 다른 삿포로 마츠리, 요사코이 마츠리, 코오베 마츠리, 히로시마의 프라와 페스티벌 등과 같은 현대적 마츠리가 다수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전통 유형의 마츠리와 달리 종교적 기반이나 전통적 풍속에 의존하지 않으며, 시기적으로는 1945년 이후 특히 70, 80년대에 폭발적으로 만들어졌다.
 
1950, 60년대 일본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면서 도시과밀화 현상 및 촌락사회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전통사회의 기반은 거의 상실되었으며, 대도시로의 과도한 집중현상과 심각한 지역 침체현상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이에 따라 마치 우리나라의 1990년대 이후 상황처럼 후기산업사회의 새로운 환경과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지역발전전략으로 문화관광산업화를 통한 지역활성화 정책이 일본 각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현대적 유형의 마츠리는 이러한 일본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지역정책 속에서 파생된 '현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적 마츠리는 관광산업 활성을 통한 지역 발전과 이미지 구축, 스포츠와 문화활동의 진흥을 통한 지역문화정체성의 확립 등 다양한 지역전략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전통적 마츠리와 달리 도시나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마츠리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 마츠리가 신사나 사원 등의 종교시설 및 전통문화공간을 거점으로 개최되는 것에 비해 현대적 마츠리는 시가지, 광장, 공공시설, 가설무대, 운동장 등과 같은 도시적 시설을 중심으로 개최되며, 퍼레이드, 콘테스트, 쇼, 경기, 바자회 등 전통적이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현대에 계승되고 있는 전통적 마츠리가 여전히 신사나 사원의 승려조직이나 신도조직으로 축제가 운영되는 것에 비해 현대 유형의 마츠리는 지역민들의 자치조직, 전문적 축제실행위원회, 지방자치제, 관광협회 등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축제가 바로 일제의 식민지 문화정책시기를 겪으며 상당부분 변질되거나 파괴된 것에 비해, 일본은 '마츠리'라는 일본의 전통적 축제를 다양한 형태로 현대에 전승함으로써 일본의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있는 것이다. 〈추미경 (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