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말같지도 않은 이메일이 일본에서 발송되곤 했다. 스팸메일이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런 종류의 스팸메일은 그동안 '휴지통' 행(行)이었다. 섣불리 열어봤다가 시스템에 이상을 초래하는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근 일본발 스팸메일의 제목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도저히 메일을 열어보지 않고는 못배길 자극적인 제목들로 심기를 건드린다.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등이 얼마전까지 발송된 최신 버전 스팸메일의 대표격이다.
 
열어보니 역시 허위정보로 가득찬 스팸메일이다. 그것도 '역사왜곡 바이러스'를 내포한 악성이다. 메일발송의 진원지는 일본의 극우 바이러스에 오염된 불량서버였다.
 
수신자인 우리 국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정부가 독도를 민간에게 개방하는 등 '방화벽' 구축에 나선데 이어 독도 해킹에 대비해 많은 이들이 독도를 방문, '접속건수'를 늘렸다.
 
마산시의회에서는 '대마도의 날 조례 제정'이라는 '백신'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스팸메일을 발송하는 일본의 '극우 서버'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해커라도 동원해 이 불량 서버를 무력화시키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우리는 여전히 국제 사회에서의 '네티켓'을 중시하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보니 중국에서는 우리에게 발송된 것과 유사한 스팸메일이 '분노 바이러스'라는 변종까지 낳는 듯 싶다.
 
돌이켜보면 불과 2년 전까지만해도 일본의 '극우서버' 비슷한 게 인천에 있었다.
 
바로 '인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다.
 
제2경인고속도로와 연안부두, 신흥동, 남항을 연결하는 사거리를 가로막아 교통흐름까지 방해하면서도 이 불량서버는 20여년 동안 시민과 우리의 아이들에게 왜곡된 개항사를 담은 스팸메일을 발송하고 있었다.
 
'인천 개항 100주년을 맞이하여 개항이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해 온 업적을 기념하고…'로 시작하는 기념탑 하단의 건립취지문은 분명 '일본이 한국을 근대화시켰다'는 일본 식민주의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수탈목적의 강제개항을 미화하는 왜곡된 역사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식민지 근대화론'과 인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의 건립취지문 사이에서 누구나 공통분모를 느낄만 했다.
 
우리의 아이들이 건립취지문을 보고 우리나라가 일본의 도움으로 근대화된 것으로 인식한다면 후소샤교과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행히 이 기념탑은 2003년 9월 시민의 힘으로 자취를 감췄다. 2년여동안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철거를 요구해온 결과다.
 
그러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흉터처럼 이같은 불량 서버는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의 친일적, 역사왜곡적 발언 등도 그릇된 역사의식을 전파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불량서버와 다름 없다.
 
이제 우리 주위에 이러한 불량 서버적 요소는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개가 짖을 때 가만두었다가는 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성훈(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