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이사(移徙)경기는 실종될 듯하다. 지난달 중순이후 서울 강북발 전세난이 최근들어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로 확산되면서 전세계약 연장 사례가 빈발하는 때문이다. 전세물건 품귀로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이사를 앞둔 서민들은 목돈을 마련하느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혼을 코앞에 둔 예비부부들도 보금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이사철만 되면 전세금이 들먹거리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정부는 대수롭지 않은듯 태평이다. 가을철 이사와 결혼시즌이 겹쳐 발생한 일시적 수급불균형 때문인데 주택매매 시장이 안정되어 가고있는 만큼 전세금만이 나홀로 상승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10월 이후에는 곧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책으로 영세민 근로자 지원액을 종전의 1조6천억원에서 2조원으로 4천억원을 증액했다.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의 무주택 근로자들이 보증금 6천만원 이하의 전세 계약할 때 4천200만원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추천받은 저소득 영세민이 5천만원 이하의 전세를 얻을 때 3천500만원까지 대출해 주기로 했다. 또한 전세계약 조기 해지요구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부의 판단대로만 된다면야 왜 걱정을 하겠는가. 작금 부동산관련 여러 변수들을 고려할때 이번 전세금 급등에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의 경우 대부분 전세보증금이 정부가 설정한 한도를 넘어섬으로써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별 실효성이 없는 탓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번 전세난이 그간 정부가 무리수를 둬가며 추진했던 주택정책에서 파생된 구조적인 문제라는데 있다. 원인은 첫째, 신규 주택 공급물량의 축소다. 수도권의 주택공급 물량은 2004년 이후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임대용 주택공급도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서 다주택자들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추가돼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금을 올리는 경향이 농후해졌다. 반면에 수도권 유입 인구는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신가구수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전세 수요는 점증했다.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 당장 주택 구입을 미루고 셋방살이 하려는 실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의 주택정책에 편승, 자기 집을 처분하고 무주택자로 전환하는 이들도 늘고있는 실정이다. 이러니 전세금이 폭등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다주택자들을 세금폭탄으로 압박하는 한 향후에도 상당기간동안 전세 물량은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은 명약관화하다. 전세난은 전세금 인상을 초래하고 덩달아 월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산층 이하의 저축 여력은 점진적으로 하락함으로써 서민들의 생계는 더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각종 규제로 주택 공급을 줄이고 보유세를 강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도록 강요한 정부정책의 결과”라며 주택정책의 실패를 꼬집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무지가 부른 관재(官災)란 느낌이 크다.

대책은 주택공급 물량 확대이나 건설사들이 과거처럼 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낼 것 같지 않다. 세금폭탄 탓에 주택시장이 과거처럼 크게 형성될 가능성이 없는 탓이다.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물량이 소량에 그쳐 세입자들의 갈증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입주자격 또한 극히 제한되어 일반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부동산과의 전쟁에 따른 건설경기 위축으로 고생하더니 이젠 전세금까지 괴롭힌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더니 이래저래 서민들만 더욱 고단해질 전망이다.

/이 한 구(수원대경상대학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