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실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어느 곳을 막론하고 동맥경화로 꽉 막힌 것 같다. 중심이 없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이다. 속 시원한 얘기도 없다. 한숨과 허탈만 남아 가슴을 옥죄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 못살겠다는 아우성과 서로를 탓하는 반목질시만 무성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정책집행이 신뢰와 믿음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이렇게 한다고 정책을 발표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별반 없다.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는데다 부처간 정책 엇박자가 심하게 나타나고 당·정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심은 없고 온통 흔들림만 있으며 불신만이 팽배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우선 북핵문제만 봐도 그렇다. 북한의 핵실험 실시로 야기된 우리의 안보위험은 실로 막대한데도 아직까지 정부 정책은 설왕설래이며 국론만 사분오열이다. 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에는 실리적인 측면에서의 동참은 인정하면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는 느슨한 참여 방향으로 정책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대북 포용과 경협 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과 진보진영의 옹호는 접점이 없는 마주 달리는 기관차와 똑같다. 그 해법을 둘러싼 보·혁간의 대결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의 놀음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이합집산을 위한 정치권력의 파워게임이 재현되고 있어 민생정치는 실종상태이다. 여당으로부터 촉발된 정계개편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10·25 재보선 이후 여당엔 정계개편 얘기밖에 없다. 당의 해체를 통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주장과 리모델링하는 수준의 재 창당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등 계파간의 파열음과 여진만이 계속되고 있다. 고건 전 총리가 신당창당을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 경쟁에 목맨 야당의 행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상황은 역시 동일하다. 수도권에서의 부동산 투기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1주일 새 억·억하면서 가격이 폭등,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이번에도 신도시 건설 등 정부의 설익은 부동산 진정정책이 기폭제이다. 정부대책이 발표되면 거꾸로 폭등현상은 가속화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폭증하는 해외부동산취득과 투자를 위한 자금의 해외 유출의 심각성은 이젠 사회 불안요인으로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욱 우려스러운 문제는 비관적 경제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체감경기는 싸늘하기만 하고 기업들은 투자나 고용 등을 늘리기 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어경영에 급급하다. 이로인해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가계부채는 620조원을 넘어섰고 개인파산자가 급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양상이다. 경상수지도 위태롭다. 내년 경상수지는 외환위기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상수지도 위태로운 형편이다. 경제현장에서는 ‘내년 우리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 서있는 형국’이라는 불안심리만이 가득하다.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전쟁위험 등 국가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순간이다. 그리고 우리 한반도, 아니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때이다. 북한의 위협과 이에 대한 미국의 강공이 우리 한반도에서 맞부딪히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작전계획을 세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선 때가 성숙되면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데도 정부·정치권·국민 모두가 제각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쟁투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모두 정신 차리기를 바랄 뿐이며 난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반성과 진정한 리더십 회복이 아쉽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