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인천시 한 찜질방. 남녀 노소구분없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찜질방이 연말 취객들로 인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지난 15일 오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S 찜질방 매표소.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40대 남자 2명이 혀가 꼬부라진 말투로 여직원에게 "대인 2장을 달라"고 했다. 술냄새가 풍겼으나 여직원은 돈을 받고 아무런 제재없이 표를 내밀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찜질방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누워 잠든 다른 이용자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었다.

이내 '음주 후 사용금지'라고 적힌 '자수정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만취자였음에도,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쳤음에도 찜질방 관리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매점 관리인은 "가끔 남자 관리인이 찜질방을 돌며 만취자 관리를 한다. 우리 찜질방에서 아직 술에 취한 사람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앞서 전날 자정께 남구 학익동 K찜질방. 남탕 탈의실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40대 남자 2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 것.

이들 중 한명은 소리를 지르다 지쳤는 지 금세 탈의실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으나 나머지는 한 명은 1시간 가량 더 소란을 피웠다. 김모(26·여)씨는 "찜질방에서 성추행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는 데, 술에 취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 걱정이다"며 "편안하게 쉬기는 힘들다"고 했다.

한동안 '청소년 탈선장소'란 낙인 때문에 몸살을 앓았던 찜질방들이 이제는 취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소년들이 애정행각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취객들은 고성방가, 난동, 성추행 등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인 불편과 피해를 입혔다.

최근 들어서 찜질방 불쾌대상 일순위는 취객이라고 이용자들은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자정께 남동구 간석동 모 사우나에서 술을 마신 남모(40)씨가 여성전용 수면실에 들어가 자고 있는 구모(14)양을 성추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9일 오전 6시50께 부평구 산곡동 A찜질방 사우나실에서는 이모(52)씨가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술에 취한 채 사우나에서 잠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술에 취해 사우나를 할 경우 혈관이 터지거나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며 "찜질방 내 사건사고의 대부분은 취객들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