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 소재한 인천발전연구원(이하 인발연)은 뒷산 산책로를 따라 나무들에게 독특함이 묻어나는 이름표를 하나씩 달아줬다.

수종, 학명, 원산지, 적응지역, 용도 등이 적혀있는 보통 나무 이름표와는 전혀 다르다. 인발연은 나무 이름 표에 잎사귀를 크게 그려넣어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고, 숲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금속재질이 아닌 삼나무를 활용했다. 특히 나무 이름표에는 나무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재미'와 '정보'를 적절히 가미했다.

상수리나무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임진왜란, 피란처에서 선조가 상수리나무 열매로 만든 도토리묵에 맛을 들인 후 이를 좋아하여 자주 수라상에 올라 상수리나무가 되었습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붉나무'에 대해서는 '소금을 구할 수 없을 때 옛날 어른들은 붉나무 열매를 이용해 소금과 비슷한 맛을 내는 재료를 얻었다고 합니다. 가을에 붉은 단풍이 듭니다'라고 정감있게 설명한다. 권전오 인발연 박사는 "기존 나무 이름표는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보도 유용하지 않다"며 "오히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유머섞인 이야기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발연이 세운 나무 이름표에는 또다른 특징이 있다. 관목, 교목, 상록수, 침엽수, 활엽수 등의 한자 표기를 순수 한글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리기다소나무 이름표에는 '늘푸른바늘잎큰키나무'라고 쓰여 있다. '늘푸른'은 상록수, '바늘잎'은 침엽수, '큰키나무'는 교목을 의미한다. 앵두나무(갈잎떨기나무)도 마찬가지다. '갈잎'은 활엽수, '떨기나무'는 관목을 말한다. 이처럼 활엽수이자 소교목에 속하는 때죽나무를 한글로 구성해 보면 '갈잎작은키나무'가 된다. 권 박사는 "정원 곳곳에 심어 놓은 쇠벌꿀, 뽀리뱅이, 할미꽃, 뱀딸기, 수선화 등에도 저마다 작은 이름표를 달아줬다"며 "앞으로도 인발연 뒷산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초화류 등에 지속적으로 이름표를 달아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