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정이 가계수입에 의해 소비지출을 하듯,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그 구성원, 즉 국민이 내는 돈으로 꾸려간다. 그리고 국민 각자 자신의 소득이나 소비행위 또는 재산보유 등 담세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게 곧 세금이다.
세금엔 예나 이제나 부작용이 많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하는가 하면, 부담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불공평한 경우가 허다하다. 17세기 영국에서 집집마다 창문 숫자에 따라 매겼다는 '창문세', 러시아의 표트르대제가 거뒀다는 '수염세' 등이 대표적 예라 하겠다. 조선조 후기 죽은 사람까지 군적(軍籍)에 올려 군포(軍布)를 거뒀던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예다. 그래선지 세금이라면 고개부터 젓고, 갖가지 요령을 피워 탈세 감세에 여념없는 이들이 사뭇 많다.
하지만 무리한 세금은 종종 조세저항을 불러와 반란 민란 혁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1894년 동학혁명도 지방관의 가렴주구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됐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요즘 우리 국민은 한층 무거워질 세금 걱정으로 한숨 짓는 이들이 많다. '2008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과 기금 등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이 자그마치 253조~256조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증가율이 6년만에 가장 커 올해 총지출보다 무려 7~8% 높아질 전망이다. 기초노령연금도입,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 2단계 균형발전계획 등으로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국민 부담이 그만큼 커짐을 뜻한다. 여기에 공무원 수마저 올해 안에 1만여명 등 2011년까지 5만여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같이 돈 많이 들어갈 일만 생기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있다. 가계부채가 작년 말 무려 671조원을 기록했다. 6년새 2.1배나 늘었다. 이에따라 가계신용 위험도가 2002년 신용카드버블 붕괴 당시의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파산자가 늘 수밖에 없어,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무려 12만2천600여건이나 된다. 2005년에 비해 3배를 넘어선 수치라 한다. 나라 빚 또한 엄청나 정부는 올 연말에 무려 301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국채 이자액만도 12조9천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터에 정부 지출마저 크게 늘 판이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성장률 또한 몇년째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말이다. 정부에선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최대한 적자를 막겠다고 했다. 그 정도로 과연 얼마나 메울 수 있을까. 결국 가뜩이나 늘어난 나라 빚을 더 늘리거나 빚더미에 짓눌린 국민 돈을 짜낼 수밖에 없을 듯싶은데, 그건 또 얼마나 가능할지. 나라 빚이라고 무한정 꾸어댈 수도 없을 뿐더러, 짜내는대로 한없이 나오는 게 국민 주머니도 아닐 터다. 물론 급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지출은 없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누울 자리도 봐가며 몸을 핀다고 하지 않던가.
형편이 좀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넘치는 지출 증가를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주장도 나온다. 무심히 넘길 일만은 아닌 듯싶다. 탈세 감세를 막고, 공평하고 무리없는 세제개혁부터 이뤄진다면 더욱 좋겠고…. 여하튼 세금은 늘리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자칫 조세저항이라도 불러오면 한층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박 건 영(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