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호 (논설위원)
복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짜증나는 일들이 많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여야 불문하고 감탄고토식의 권력투쟁 행태가 치졸하고 음험하다. 야권은 검증을 이유로 마타도어식 헐뜯기와 음해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여권도 역시 마찬가지로 도의나 명분은 저버린 채 분당과 합당을 밥 먹듯 하고 있어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됐다.

여기에 정부가 하는 모양새를 보면 화가 치밀 정도로 답답하다. 얼마남지 않은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보낼 국민들도 별로 없는데도 말만 많지 알맹이 없는 '갈지 자' 정책만 양산하면서 불협화음만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해온 정책을 잘 마무리하기도 벅찬 상태인데도 말이다. 이런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눈총의 대상이 되고 질타와 비난을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문제는 서민을 대변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서민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갈수록 서민들의 삶이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지갑의 두께가 한층 얇아지고 있으나 씀씀이는 커지고 수입은 제자리이다. 월급쟁이들은 이젠 만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벅찬 상태이다. 점심 값과 교통비, 약간의 잡비만 해도 이 금액을 훨씬 넘는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4만원이 기본 경비인 셈이다. 여기에 고정생활비와 통신비, 의료비, 각종 세금, 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외식과 여행은커녕 적자생활을 면키 어렵다. 단지 빚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보면 빚쟁이가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 마이너스 통장에다, 카드 빚까지, 쓸 수 있는 대출 자금을 몽땅 끌어모으는 것이 일과인 서민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매달 되풀이 되면서 서민생활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딴 나라 사람들 같다. 경기가 과열이어서 식혀야 한다는 논리로 계속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면 대출로 연명하는 많은 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미 이자폭탄 소리가 시중에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부에 대한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금문제이다. 이 정부들어 개인 세부담이 너무 급증했다. 개인의 세금 부담은 2002년 24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39조5천억원으로 60%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동안 국민총소득(GNI)은 24%, 1인당 GNI는 22%(명목 기준) 늘어났으니 세금이 소득 증가폭을 두 배 이상 웃돈다. 과도한 세금 징수가 서민들의 지갑을 턴 결정적인 원인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자폭탄에 이어 세금폭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너무도 지당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결방안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최근 정부와 정유사간에 벌어지고 있는 기름값 논쟁이 좋은 예라 하겠다. 정유사(마진율 60%)나 정부(세금 60%가량)나 국민을 상대로 거금을 뜯어내기는 매 한가지다. 이익을 추구하는 정유사는 그렇더라도 정부의 유류세 정책은 해도 너무하다. 대략 11만원어치의 기름을 승용차에 주입하면 6만2천원가량이 세금이라고 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만도 지난해 25조원, 올해는 30조원에 육박, 국가예산 가운데 20%를 점할 것이란 추정이다. 하루도 빼지않고 서민을 상대로 정부가 주머니를 털고 있는 꼴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민의 정부를 표방했던 현 정부로서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살기 어려워 기름값 조금 내려달라고 해도 거절하는 정부가 바로 이 정부인 것 같아 서운하기까지 하다.

거두절미하고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되도록이면 서민을 더 이상 괴롭히는 섣부른 정책을 펴지 않기를 조언한다. 지금까지 벌렸던 여러 정책이 잘 마무리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해주길 기대한다. 이것만이 현 정부가 끝까지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