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우리나라의 양자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계·모계의 양쪽 존중에서 부계친의 존중으로 기울어지면서 부계의 맏이로 혈통을 이었다. 한 예로 자식없는 맏형이 아우 집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아들을 양보할 때까지 단식투쟁하는 것은 어느 가문이나 흔한 일이었다. 지금은 멍석을 깔지는 않지만 큰 집에 양자를 들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혈통주의가 아동의 복리증진이라는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오늘날의 입양에서도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폭넓게 자리잡아 타 성의 입양기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회적 선진화와 통합을 막는 대표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입양의 한계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해외입양 비율이 2003년 59.4%에서 2004년 57.9%, 2005년 59%, 2006년 58.8%로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입양 분포도는 회사원이 536명(40.2%)으로 가장 높으며 뒤로 농·상업 등 자영업자 33.5%(446명) , 공무원 9.1%(121명) 등의 순이다. 사회지도층은 1.8%(24명)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입양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 한국가정에 입양돼야 성장기 혼돈을 줄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해외입양아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두번 아픔을 겪는다고 한다. 한번은 해체된 가족을 잊는 과정에서의 슬픔과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돈이다. 이를 극복하고 청·장년이 된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많은 해외입양아가 고국을 끝내 방고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데서 뼈저린 아픔을 느낀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불가사의 중 하나가 해외입양이다. 최대 화두인 선진국진입을 막는 한 요인이면서도, 혈통주의와 알려지기를 꺼려 하는 사회적 통념이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경제대국이면서도 지난해까지의 통계로 해외입양아는 OECD회원국 중 가장 많은 15만여명에 달하며, '저출산 고령화'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하니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해외입양은 6·25이후 전쟁고아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사회구조와 가치관의 변화가 가족해체로 이어져 해외입양을 양산했다면, 오늘날은 미혼모에서 찾을 수 있다. 미혼모를 도와야 '입양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심각성을 알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걱정은 한국 정부나 한국인보다 외국인 입양가정에서 먼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선진국을 말하면서도 사회적 제약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는 이중구도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버려진 아이를 돌볼 여력이 충분한데도 사회여건이 이를 어렵게 하는 것이 현실로, 사회통합의 순서를 밟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입양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의 지원이 늘고 미혼모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자치단체가 나오면서 경제여건으로 입양을 미뤄 온 서민의 신청이 쇄도하는 외형적 성장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 등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혈통주의적 가족관이 부끄럽고 불행한 사회적 흔적을 남겼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