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살인사건
(A Slit-Mouthed Woman)

2007년/ 일본/ 90분/ 공포, 미스터리
감독: 시라이시 코지
출연: 사토 에리코, 가토 하루히코, 미즈노 미키, 쿠와나 리에
개봉연월일: 2007.08.09.목 (18세 관람가)
★★★★★★ (6.0/10)

70년대말 일본 열도를 술렁이게 했던 '입 찢어진 여자' 괴담은 이후 한국에서까지 맹위를 떨쳤다. -대부분의 괴담들이 그렇듯- 이 섬뜩한 이야기는 무서운 것에 관심이 한참 많을 때이지만 그것을 충족할만한 매체로 부터 격리된 초등학생 또래 안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지만, 그 사회적 파장과 여파는 거대 매스컴의 심층 보도는 물론 이를 주제로 한 사회학자의 논문이 등장할 만큼 거대했다.

올해초 일본에서 개봉한 '나고야 살인사건'은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고개를 내밀며 30여년 동안을 꾸준히 전해진 이 '입 찢어진 여자' 괴담의 모티브를 현대적 오락성을 가미해 확장시킨 작품이다. 초기 괴담의 파생을 추측하며 거론되었던 거창한 사회학적 해석에 큰 무게를 실어 불사(不死)의 몸을 지닌 악녀의 이야기를 창조해 가는데, 결과물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복잡한 특이한 작품이 되었다.

일본의 작은 소도시 '시즈카와'. 최근 이곳에는 한동안 잊혀졌던 '입 찢어진 여자'에 대한 괴소문이 흉흉하다. 그리고 어느 날 공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친구들 보는 앞에서 납치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세 명의 아이들이 납치를 당한다. 이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교사 '야마시타 교코(사토 에리코 扮)'는 이 악몽같은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료 교사 '마츠자키 노보루(가토 하루히코 扮)'와 함께 고군분투하는데, 정작 입 찢어진 여자 '타에코(미즈노 미키 扮)'의 오래된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노보루였다.

일단 영화의 구성과 테크닉적 부분을 놓고 본다면 아쉬운 부분들이 이만저만 아니다. 빈약한 캐릭터와 엉성한 구성 방식은 이 영화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들 지경이다. 실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시작해 아동 납치의 열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이야기의 발단부는 공포나 미스터리의 감정적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런 허약한 기교적 방식은 영화의 끝까지 일관되는데, 공교롭게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중반 이후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영화의 중반에 이르러서부터 서서히 묘사되기 시작하는 살인과 가해 장면의 열거는 그 전까지의 따분한 분위기에 대비되어 더욱 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폭력성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 이해 관계의 중심에 이전까지 절대적 선의 영역에서 보호받던 모성(母性)에 대한 믿음이 철저히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그래서 최근 공포 영화들이 의무적으로 수용하는 미스터리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의 설정과 성급한 관계성은 어이없지만, 그 안에서 조장되는 폭력의 수위는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의 정서적 혼돈을 불러일으키고도 남는다. 이중 과거 회상 장면에서 묘사되는 칼부림 장면은 아마 상당수 관객들에게 끔찍한 영화적 경험이 될듯 싶다.

이 영화는 소재의 명성(?)을 떠나 영화 자체의 여러 요소들이 논쟁적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공포 영화의 계보 안에 두고두고 회자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