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개표 결과에서 박 전 대표가 현장 선거인단 투표에선 이겼으나 여론조사에서 밀려 낙마했다는 점도 향후 당 운영에 따른 기득권 경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이다.
이에따라 이 당선자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당분간은 이 전 시장 체제로 당이 운영되겠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결과가 역전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선 승복 문제와 이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당지도부 재구성, 이 전 시장 흔들기 분위기는 잠복된 불씨로 남아있다. 벌써부터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반영에 따른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경선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경선으로 분열된 당을 치유하는데 나서야 할 형편이다.
정당 사상 유례없이 치열한 격전을 치른 탓에 박 전 대표와의 감정이 악화할대로 악화된 상태여서 과연 앙금을 풀고 본선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도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두루 등용하는 인사탕평책을 통해 당의 화학적 재결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태 캠프 경선대책위원장도 박 전 대표측에 대해 "단합력과 기동성이 강해 본선에서 양 캠프의 힘이 합쳐지면 좋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탕평책을 시사했다.
이 후보측은 그동안 13차례의 합동연설회와 8차례의 토론회 과정에서 박 전 대표측이 끈질긴 검증 공세를 펼쳤지만 이를 되받아치기보다는 '1위 후보'로서의 여유와 인내심을 끝까지 지켜왔던 만큼 박 전 대표측을 포용, 당의 화합을 도모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이 전 시장의 당 운영에 얼마나 협조하고 나설지 관심이다. 당장 박 전 대표는 경선 결과에 대해 "패배를 인정한다. 결과를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평당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으로 남겠다"고 밝힌 것은 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향후 당 운영에 있어 박 전 대표는 나서지 않더라도 당분간 박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들이 당지도부 및 선대위 구성 문제, 내년 총선 공천권 등 지분을 요구하는 등 이 전 시장을 압박하고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내부 흔들기'까지는 아니어도 방관적 입장만 취해도 당 분열은 극대화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후보낙마설'이 또다시 점화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도곡동 땅 문제 등 부동산 차명관리 의혹을 집중 제기한 바 있다. 이 당선자가 본선 레이스에서 상처를 입거나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 부활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에서는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연말 대선 과정에서 불어올 여권발 '이명박 필패론'에 대한 대항마로서 불을 지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재구성 문제도 관심이다.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재섭 당 대표가 대구 출신인데다 대통령 후보인 이 당선자까지 경북 포항 출신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온건파들의 전격 기용 문제가 공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박빙'의 승부가 남긴 또다른 '가능성'도 변수다. 국민선거인단과 대의원, 당원 등 80%에 이르는 '당심'에서 이겨놓고, 여론조사에서 역전 당하면서 지지층들의 동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