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부터 말하자면 침몰한 선박 4척 가운데 3척은 바닷속에 그대로 내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의 침몰선박 자료에 따르면 1984년 이후 2005년말까지 우리나라 근해에서 침몰한 선박은 모두 1천506척. 이 기간 인양된 선박은 전체의 23%인 348척에 그쳤다. 침몰선박 대부분이 소형어선 등 100t 미만의 선박이거나, 깊은 수심 또는 외해에 산재해 있어 다른 선박의 안전통항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경제적 측면에서 인양의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적이거나(현실적으로는 거의 사례가 없는 실정) 다른 선박의 안전통항을 위해 침몰 선박을 인양하기로 결정이 났더라도 사후처리 과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지난 1992년 인천 팔미도 부근에서 침몰한 중국 화물선 씨앙펭호를 인양해 사후처리를 마무리하는데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13년. 그것도 정부가 나선 끝에 결말을 지을 수 있었다. 부서진 자동차를 견인하면 사고현장이 말끔히 처리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씨앙펭호 사건은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씨앙펭호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백서까지 발간한 것을 놓고 보면 제2의 씨앙펭호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씨앙펭호 사건을 토대로 침몰 순간이후 인양 등 사후처리 전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자.
중국 선적의 시멘트운반선인 씨앙펭호(3천992t급)는 1992년 1월24일 팔미도 부근에서 또다른 화물선의 운항 부주의로 부딪친 뒤 침몰됐다. 침몰직후 사고해역에는 침몰선의 존재를 알리는 등부표 설치 등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항행안전 조치가 신속하게 취해졌다. 동시에 침몰선박에서도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기관실 연료유 밸브를 잠갔다. 바다로 유출된 기름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계기관 등이 합동으로 방제에 나서고, 그런다음 잠수부가 투입돼 기름 유출 부위를 폐쇄했다. 다시 유류오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오일펜스를 설치함으로써 선박침몰에 따른 긴급조치는 마무리됐다.
다음은 침몰선박 인양여부를 결정하는 일.
선박 구난업체 관계자는 "선주들 입장에서는 침몰선박을 인양해봤자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인양하는 것을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보험도 가입돼 있기 때문에 굳이 인양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귀띔했다. 인양여부를 결정하는데는 여러 판단요인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인양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인양을 포기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올 1월26일 인천 덕적도 해상에서 침몰한 중국선적 화물선 진잉호(3천998t급)도 기술적인 문제가 부각되면서 인양 여부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고 있다.
진잉호는 철재화물 4천898t을 중국에서 싣고 인천항으로 항해하던 중 백아도 민어탄 등대 부근 해상에서 운항 부주의로 좌초, 침몰했다.
하지만 씨앙펭호는 인천항 입출항 선박 및 정박 선박의 통행안전과 어선 등 소형선박의 통행 및 조업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아니라 침몰선박 내에 적재된 유류가 유출될 경우 인근어장 및 양식장에 오염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주에게 인양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피해선박 및 가해선박의 선주는 침몰선 인양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인양작업이 지연됐다.
이후 선주와 인양업체간 계약에 따라 선체인양이 추진됐지만 연이은 업체 부도와 공사대금 저가 논란으로 인한 공사 포기 등이 불거지면서 최종 선체인양은 2000년 3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행정대집행 끝에 마무리됐다.
침몰이후 인양까지 무려 8년이 걸린 셈이다.
다시 중국측 선주를 상대로 선체 인양비용을 청구하기 위한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진 끝에 침몰선 씨앙펭호 사후처리는 2005년 8월에서야 최종 마무리됐다.

시계바늘을 앞으로 돌려 최근 침몰한 화물선이 혹시 수백년 뒤에 고려청자 운반선 같은 귀한 대접을 받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