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치우며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전두현기자·dhjeon@kyeongin.com
"따뜻한 봄날에 같이 나들이 가자고 했는데…."

이천시 호법면 유산4리 오미마을의 한 농가. 냉동창고 청소부로 일하다 화재로 참변을 당한 이을순(55)씨가 사고 당일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집이다.

8일 오전에는 가족들이 모두 병원에 가 시어머니인 이옥순(75) 할머니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우리 며느리 불쌍해서 어떡해"라는 말만 되뇌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할머니는 또 "착하디 착한 우리 며느리를 이렇게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탄식했다.

어제 오후 사고 소식을 접한뒤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할머니는 "스물두살 꽃다운 나이에 둘째 아들에게 시집 온 뒤로 34년동안 이 집에서 살았어. 요즘같은 세상에 누가 나같은 노인을 데리고 이런 시골집에서 살려고 하겠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그동안 며느리가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해왔기 때문에 집안 살림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막막하다"고 힘없이 말했다.

참변을 당한 이씨는 지난달 2일 동네 친구와 함께 냉동창고에서 청소부로 처음 일한 지 한달여 만에 변을 당했다.

이 할머니는 "추수가 끝나면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한다'며 아들은 막노동으로, 며느리는 청소일을 하러 다녔다"며 "사고 당일 아들이 차로 냉동창고에 태워다줬다"며 흐느꼈다.

동네 사람들은 "이씨는 친딸처럼 착한 며느리로 소문이 나는 등 동네에 칭찬이 자자했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오미마을의 한 할머니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시어머니 밥상을 차려놓고 농사일을 하러 나갔다"며 "마을에서 이씨 같이 착한 사람은 본적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