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냉동창고 화재 발생 이틀째인 8일 오전 9시께 유족 100여명은 '코리아냉동'측 책임자의 해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밤새 화재 현장을 지키던 유족들은 임시 사무소로 몰려와 10여분간 '코리아2000'직원의 멱살을 잡고 책임자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유족들의 항의가 심해지자 임시 사무실을 지키던 '코리아냉동' 직원 4명은 곧바로 자리를 피했다. 또 유족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했으며 일부는 주변 쓰레기통 등 집기를 던지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며칠 동안 내부에 유독한 가스가 차 있지 않으면 2만3천㎡의 넓은 창고가 동시해 폭발할 수 없다"며 "상세한 도면 제시와 함께 책임있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어제 회사측 관계자가 유족들 앞에 나타나 얘기를 했어도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 수억원을 준들 무슨 소용이냐"고 반발했다.

한편 이날 경찰이 유가족 대다수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희생자 신원확인 절차와 수사결과' 설명회를 열어 빈축을 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기지방경찰청은 8일 오전 11시 20분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시민회관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과수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들에 대해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개인식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경기경찰청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명단을 발표한 뒤 "국과수·소방·가스·전기 등 관련 기관과 함께 화재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이는 등 책임있는 수사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설명회에 참석한 유가족이 30여 명에 불과했다. 같은 시간 대다수 유족들은 냉동창고 소유사인 '코리아2000'측의 책임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화재현장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도 경찰은 고작 10여분간의 설명에 이어 간단한 질문을 받은 뒤 설명회를 끝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족들은 당연히 거세게 반발했다.

유족들은 "유족 10명 중 1명꼴만 참석한 상태에서 설명회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면서 "가족이 어느 영안실에 누워 있는지도 모르는 유족들 마음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다"고 흥분했다.

유족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경찰은 오후 1시 30분께 또 한차례의 설명회를 열고 '신원확인 절차' 등에 대해 다시 20여분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