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도 전자장치로 범죄자를 24시간 감시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미래사회의 최첨단 통제시스템이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일명 전자발찌제도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자 위치 추적제도'가 9월 1일부터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첫 사례는 9월 30일 전국 22개 교정시설에서 가석방 되는 성폭력범죄자 53명에게 전자발찌가 부착됐다. 법무부는 올 해 안에 가석방이나 집행유예자를 중심으로 300명 정도가 전자발찌를 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며칠 전 사상 처음으로 성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청구되기도 했다.

인천지검 공판송무부(부장검사·김우현)가 강간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모(42)씨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전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0시 50분께 인천 부평구의 허모(50·여)씨가 운영하는 다방에서 술을 마시던 중 성폭행을 시도하며 허씨를 마구 폭행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지난 1996년 특수강간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2005년에도 강간상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다. 검찰은 전씨가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만기출소 등 어떤 형식으로든 교도소를 나오게 되면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미리 법원에 전자발찌 부착을 요청한 것이다.


이 전자발찌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자.

성폭력 범죄자가 부착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이동통신망을 거쳐 서울보호관찰소에 설치된 중앙관제센터로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로 성폭력 범죄자의 이동경로를 24시간 감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3가지가 한 개 세트로 돼 있다. 전자발찌란 이름의 부착장치와 휴대폰과 비슷한 형태의 휴대용 추적장치, 그리고 충전기 기능을 하는 재택감독장치 등이다. 부착장치(전자발찌)는 성폭력범죄자의 신체에 부착해 휴대용 추적장치나 재택감독장치가 근접거리에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휴대용추적장치는 성폭력 범죄자가 휴대하는 장치로서, 성폭력범죄자의 위치를 추적해 중앙관제센터로 송신하는 기능을 한다. 또 재택감독장치는 성폭력 사범이 집에 있는지 여부를 정밀 감독하고 휴대용 추적장치의 충전기능을 맡는다. 이 세트당 가격은 100만원 선이다.


전자발찌는 의료용 실리콘이나 우레탄으로 만들고, 무게는 150g 이하다. 내장용 배터리의 수명은 1년 정도다. 완전방수이고, 영하 20℃에서 영상 50℃까지 기온에서 정상 작동한다. 전자발찌는 누군가 절단하거나 케이스를 분해하거나 하면 즉각 이를 감지해 신호를 보낸다.

이 제도는 1997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최초로 시행된 이후 현재는 세계 10여 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 서울 용산초등학교 성폭력·살해사건이 계기가 돼, 2007년 4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08년 5월 이 법을 개정해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선 최장 10년 동안 24시간 위치추적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먼저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했지만, 더 나은 장비와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휴대용 추적장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개발됐다고 한다.

한국형 재범위험성평가도구(K-SORAS)란 이름의 성폭력 범죄자 전문 치료 프로그램과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를 위한 틀을 개발한 법무부는 또 위치추적 전담요원과 중앙관제센터 요원 등을 선발해 집중 교육했다.

법무부는 또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주택, 고층빌딩, 상가, 지하철 등 다양한 가상 상황에서 예상되는 각종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1만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고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안정성이 확인된 이 시스템은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범죄자가 각종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1차적으로 조치한 뒤 전담 보호관찰관으로 2차적인 조치를 취하게 한다.

법무부는 특히 이 전자발찌가 성폭력 범죄자의 2차 범죄를 막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범죄자는 목격자나 증거가 없어도 이 장치 때문에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를 입증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위치추적제도의 시행으로 상습적 성폭력·아동상대 성폭력 등을 저지르고 재범위험성이 높은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해 24시간 행적추적과 밀착감독을 실시할 수 있게 됐고, 이들의 재범을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 성폭력범죄의 발생을 억제함으로써 성폭력 없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