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등학교 시절 '나머지 공부'가 일반화했었다. 학습부진아동들의 학력정상화를 위해 담임교사가 방과후 아이들을 남겨 개별지도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방과후 교실이라 하여 보충학습이라는 개념보다는 예체능에서부터 컴퓨터 영어 과학 등 특기적성을 살리는 방향이 됐다. 받아쓰기나 산수, 구구단을 못하는 아이들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담임으로부터 특별지도를 받았다고나 할까?

지금처럼 보충수업비나 방과후 교실 학습비를 받은 것도 아니다. 교사들의 학습부진아를 없애겠다는 순수한 열정과 교사로서의 본분을 생각해 완전학습을 위해 무작정 봉사(?)를 했을 뿐이다. 지금은 '나머지 공부'를 실시하려 해도 사교습을 위한 학원이 즐비해 있고, 학부모들조차 이같은 선생님의 노력에 고마워 하기보다는 자기 자녀가 학습 부진아로 분류돼 학교에 남겨지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교사들의 열정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엊그제 발표되자 경기도교육청이 발칵 뒤집혔다. 학부모나 교육단체들도 충격받기는 마찬가지다. 예상과 달리 기초학력미달자가 가장 많은 수준이고 학력면에서도 전국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신뢰도나 평가의 공정성 그리고 과밀학급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그건 하나의 이유에 불과할 뿐이다. 글로벌 인재육성과 수월성 교육을 부르짖는 것도 중요한 데 이는 본인의 노력도 있지만 타고난 경우가 많다. 초·중·고 교육은 평균인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건물도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교육도 기초학력이 부실하면 장차 사회에 나가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인생을 개척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학력미도달 학생들에게 나머지 공부를 시킨다. 학력편차를 줄이는 큰 성과와 함께 세계 제1의 교육으로 이름나게 했다. 준산간벽지인 전북 임실지역 초등학생들도 담임들이 저녁 늦게까지 나머지 공부를 시킨 결과 이번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자가 전국 최저 수준으로 나왔다. 전국 꼴찌 수준의 경기도 학력. '나머지 공부'의 부활을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준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