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고 있는 메스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은 흔히 '뽕' '술' '크리스탈'이라는 은어로 불리고, 미국에서는 '아이스(Ice)' '스피드(speed)'로 통한다. 또 새로이 등장한 마약으로 여성들에게는 살 빼는 약으로 남용된 적이 있는 덱스트로메토로판은 '러미나', '루비킹'이라는 은어로 지칭되고 있다.
마약류는 아편, 필로폰과 같은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MDMA(속칭 엑스터시), 덱스트로메토로판 등 신종 마약류에 이르기까지 실로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고, 그 사용 계층도 비교적 건전한 계층으로 알려진 회사원, 학생, 가정주부, 의료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마약류 사범으로 적발되는 인원은 연간 약 1만명이라고 한다. 인구에 비해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말한 마약류 확산계층과 관련하여 20~40대의 청·장년층이 전체 사범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노동생산성 저하 등에 따른 국가 경쟁력 약화까지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디지털기술, 인터넷, 교통수단 등의 발전에 따라 마약범죄도 그 수법이 점점 더 은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국제마약조직의 마약세탁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다. 국제적으로 마약청정 국가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를 거쳐 오는 사람이나 화물에 대해서는 일본 등 외국에서 마약과 관련해 비교적 안심한다는 점을 악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불과 몇 년 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자칫 마약조직에 밀릴 경우 '대한민국=마약 청정국' 등식은 깨지게 마련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검찰 등 마약수사관들은 열악한 수사 환경에도 불구하고 '마약없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사기법을 연구, 개발하여 오고 있다.
또한 검찰에서는 UN이 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6월 26일)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4월 1일부터 3개월 동안을 '마약류 투약자 특별자수기간'으로 설정하여 그 기간 중에 자수한 마약류 투약자는 최대한 선처를 하고, 마약의 폐해에 대해 집중 홍보(신고전화 : 국번없이 1301 또는 127이나 032-861-5082~3)도 병행하고 있다.
아무리 검찰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약에 대한 관심과 협력이 없으면 검찰의 마약 척결 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날로 진화하고 또 확산되어 가고 있는 마약의 심각한 폐해를 인식하고, 시민들의 제보와 동참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